전체 기자
닫기
박주용

rukaoa@etomato.com

꾸미지 않은 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시론)안철수의 장부가격과 시장가격

2017-09-20 06:00

조회수 : 5,00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이강윤 칼럼니스트
정확히 5년 전인 2012년 9월 19일,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에 들어왔다. 이후 5년 간 정치적 주요 사안에서 안철수는 상수(常數)이자, 태풍의 눈이었다. 두 번의 대선과 한 번의 총선을 치르는 동안 ‘안철수’ 이름 석자는 항상 승패의 키를 쥐었거나, 최소한 키를 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가 후보로 나서건 사퇴하건 간에 모든 선거는 안철수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5년 간 안 대표의 주요 정치행보를 신문기사 제목으로 훑어봤다. “서울시장후보직 양보, 대선후보 단일화 교착, 대선 후보 사퇴, 민주당 합류, 당 주류 친노와 갈등, 문재인혁신안 거부 후 탈당, 국민의당 창당, 20대 총선 의외 성과…다당제구도 정착 주장, 19대 대선 3위, 대선패배 후 넉 달만에 당대표 컴백”. 이 우여곡절을 그는 숨가쁘게, 그리고 압축적으로 달려왔다. 신문기사 제목을 일별하다보니, 이제는 거론하는 것 조차 민망할 정도로 퇴색해버린 ‘새 정치’ 약속에 그가 얼마나 부합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정계 입문 5년이 지난 현재 그와 국민의당의 위치는?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근거지라고 할 호남에서 정당 지지도가 8% 정도이고, 한 때 50%를 넘던 안철수의 개인적 인기나 지지도는 추정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추락했다.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안철수 정치5년의 객관적 현 주소다.
 
안 대표는 지난 11일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안 부결 직후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20대 국회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호언했다. 그러자 어느 전직 의원은 “자살 골 후 세레머니를 한 격”이라고 일갈했다. 헌재소장 부결 다음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이수 후보자는) 참 올곧은 삶을 살아오신 분”이라고 말하더니, 이제는 국민의당 내에서 이런 말도 나온단다. “두 번은 위험하다. 호남에서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이거야 말로 자가당착의 극치가 아닌가. 이러니 ‘땡깡’ 소리가 나왔던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임은 분명히 맞다. 국민의당이 마음만 먹는다면, 현 정부는 하고자 하는 일들 거의 대부분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후보 역시 “이게 나라냐”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강력히 주창했다. 낙선했다고 그의 새로운 대한민국 열망이 함께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오는 24일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 국면인데도 새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여부가 국정 현안, 초미의 관심사이다. 백척간두 안보위기 상황인데 대법원장 인준이 국정현안이라니 한가해 보일 만큼 답답하다. 안 대표는 헌재소장 부결 이후 민심의 파장을 고려한 듯, 대법원장 인준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에 대해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민의당 의원 40명의 양심을 믿는다”는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생사여탈권을 쥔 양 기고만장하던 것에 비하면 잠시 숨 고르는 듯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매 한가지다.
 
정당 정치의 요체는 정책이나 주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고 유권자들의 지지 확보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러이러해서 우리는 반대한다(또는 찬성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정치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정계 입문 5년을 맞은 안철수 대표에게 한 가지 전하고 싶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장부가격’(의석 수)과 ‘시장가격’(유권자들의 현재 인식과 지지율)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안 대표는 줄곧 “맨 손으로 기업을 일군 경영자이자 기업인”이라고 말해왔다. 경영자 출신이니 시장가격이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촛불 이후 국민들의 명령에 제대로 호응하고 복무하는 정당이길 바란다. 그래야 장부가격과 시장가격의 괴리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좁혀지고, 미래를 도모해 볼 여지가 생길 것이다. 캐스팅보터 역할에 우쭐해지기에는 국민들의 개혁 열망과 나라 사정이 대단히 엄혹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길 바란다. 국민 다수의 열망과 엇나간다면 캐스팅보터 권한이 걸림돌로 바뀌어 부메랑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강윤 칼럼니스트
  • 박주용

꾸미지 않은 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