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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공수처, '집권자 전위대' 변질 경계해야"

수사·기소권 모두 갖춰…법조계 "정치적 중립성 담보가 성패 가를 것"

2017-09-1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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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고안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상당한 기대와 함께 우려 또한 없지 않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3년 검찰개혁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한 것에 대해 검찰 조직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나 전 회장은 “법무부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수사권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지금과 같이 개혁의 대상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함으로써 갖게 되는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 아니냐”며 “검찰 개혁 카드인 공수처가 개혁 대상인 검찰과 같은 시스템을 갖는 것은 공수처 설치를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사위에 검찰 출신 의원들이 다수 있는 상황에서 통과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수석 대변인은 “공수처가 완벽할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전위대나 정권 교체 이후 보복 사정 기관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공수처는 사실상 검찰 밖으로 독립돼 나온 대검 중수부와 같은 조직으로 볼 수 있다”며 “막강한 화력으로 거악을 척결할 것인지, 대통령의 전위부대가 될 지는 공수처장 인선 등 공수처 운영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의 구체적 조항의 맹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인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개혁위가 권고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 20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수처법(안)’ 20조는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조항이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의 수사에 착수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는 것과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수시가관은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는 것 ▲공수처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은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의무를 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조에도 불구하고 다른 수사기관이 사건을 이첩하지 않을 때에 대비한 강제조항이 없는 것이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다른 수사기관이 사건을 이첩하지 않아도 되는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의 악용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나 경찰이 내사 단계의 사건을 처장에게 통지하지 않고 바로 강제처분에 들어갈 경우에는 공수처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며 “이런 일이 쌓이다 보면 공수처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전 회장은 “검찰 같은 엘리트 집단이 20조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것을 좋게만 해석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한 것에 대해서는 내심 불편한 분위기다.
 
한 고위 검찰 관계자는 “부패방지 수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는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해당 기관에 과도한 권한이 몰리는 것을 막고, 다른 수사기관과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번에 권고된 공수처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설치되는 것이라면 최소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과 상호 병렬적인 관계여야 하는데, 권고안은 우선적·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후에 세부적인 면에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인섭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를 마친 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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