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해곤

(피플)김임권 회장 "러시아 진출, '수산물 획득·지속가능 수자원' 동시 해결"

최근 문 대통령과 동방경제포럼 참석…"우리 수산업도 해외 진출 활발해야"

2017-09-19 06:00

조회수 : 3,65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과 7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신북방정책을 앞세우며 러시아와의 적극적인 교류에 나섰다.
 
김임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도 이 동방경제포럼에 문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포럼 이튿날 열린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자본과 앞선 기술이 러시아 극동지역의 풍부한 수산자원과 결합된다면 양국 간 큰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의 수산업 발전을 위해 수산업분야가 해외로의 진출을 활발히 해야 하며, 동방경제포럼이 수산업분야의 한·러 합작산업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수협중앙회가 러시아 캄차카 주정부가 수산부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베트남과 대만에 이어 이번 달 5일에는 일본 도쿄, 8일에는 미국 LA에 수출지원센터를 추가로 개설하는 등 김 회장은 수산시장의 해외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제안의 배경에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자원회복이 시급하다는 김 회장의 소신이 깔려 있다. 김 회장은 "어선과 자본, 인력이 해외로 진출하면 우리 연근해에서의 어획 노력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자원 회복을 위한 휴식기를 주는 것"이라며 "동시에 수출 확대를 통한 수산업발전 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뉴스토마토는 '강한 수협을 만들어 어촌과 수산업을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올해 취임 2주년을 맞이한 김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임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사진/수협중앙회
 
-지난 2015년 취임 직후부터 해외 진출을 강조해왔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수협은 우리 어민들이 먹고사는 걱정 없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어획량은 줄어들고, 소비 시장도 한정된 국내만 바라보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크게 보고 멀리 나가야 우리 어민도 살고 국가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 안으로는 고기떼가 넘치는 바다를 회복해서 어민들이 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하고 밖으로는 외화 획득으로 제에 이바지하자는 것이 나의 구상이다. 어획을 하지 않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내는 자원회복 정책은 없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 어선들이 해외로 나가면 연근해는 휴식을 취하고 자원을 회복할 충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러시아 진출을 적극 추진하게 된 구체적 배경이 무엇인지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인접해서 오래전부터 수산분야에서 우리와 교류가 있어왔다. 러시아는 작년 어업생산량이 475만톤을 넘는 수산대국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와 인접한 캄차카 등 극동수역에서의 어획량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가깝기 때문에 우리 근해어선들이 출어하기에 적합한데다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진출해야 할 곳이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아직까지 어획하고 단순 유통하는 것 외에 수산업이라고 할 만한 기반 시설이 충분치 않은 국가다.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자본과 기술을 가져가서 합작하면 양국 수산업 모두가 윈윈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와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나.
 
지난 동방경제포럼 중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프로그램에서 양어사료용 어분합작생산부터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러시아 측에 설명했다. 우리는 양식산업이 발달해 있어서 양어용 사료에 쓰이는 어분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합작투자로 어분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먼저 구체화할 예정이다. 어분공장이 설립되면 그다음 단계로 한국 어선이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하고 어획물을 어분공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이처럼 양국 간 상호 신뢰 구축이 확대되면 고부가가치 수산가공산업, 양식산업 등 교류분야를 다각화하면서 한국 근해어선들의 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생각이다.
 
-바닷모래 채취가 수산업계에서 여전히 큰 현안이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난 3월 15일에 전국 어민들이 배 4만5000척을 띄우고 유례없는 해상 총궐기를 펼쳤다. 어민들에게 논과 밭이나 다름없는 바닷속 바닷모래를 마구잡이로 파헤쳐 골재로 쓰는 통에 주요어종 산란과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지난해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92만톤으로 1973년(106만톤) 이래 줄곧 지켜왔던 100만톤선이 붕괴됐다. 연근해 생산량이 반세기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어민들은 채취 중단을 요구하고 바닷모래를 둘러싼 업계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경찰에 고발도 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서해를 비롯해 연안 곳곳에서 모래채취는 계속되고 있고 해상풍력발전과 조력발전소, 간척 등 바다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 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어업인구 고령화와 수산물생산유통 인프라의 전근대성 등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서 수산업은 더욱 낙후되고 있다.
 
-앞으로 바닷모래 채취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생각인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어민들이 총궐기해서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요구하면서 남해EEZ에서는 모래채취가 올해부터 잠정 중단된 상태다. 채취 중단 이후 남해EEZ 모래채취의 영향을 직접 받아온 6개 조합의 올해 위판량이 8월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15%가량 늘어났다. 바닷모래 채취 중단 1년 만에 눈에 띄는 변화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그만 파자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양을 사용했으니 자연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할 때다. 이건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계속해서 바다를 파헤치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를 먹지 못하는 비극이 올 수 있다. 국민 전체의 행복과 건강이 위협받는 문제인 셈이다. 영구적 채취 중단과 기존 채취 지역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수협은행이 공적자금 상환을 1년 앞당겨 시작하는 등 경영성과가 좋지만 신임 행장 공백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데,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해야 한다고 보는지.
 
올해 초 전임 행장 임기 만료 전후로 행장 공백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세전 이익을 거두면서 수협은행은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예정보다 공적자금 상환 시기도 1년 앞당겨 올해 4월 처음으로 127억원을 갚았다. 행장대행체제에서도 이 정도 실적을 냈다는 것은 수협이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낸 것이다. 앞으로 정말 뛰어난 전문경영인이 이끌어 간다면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것처럼 비상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공적자금도 훨씬 빨리 앞당겨 모두 갚을 수 있다. 지금 수협은 공적자금 때문에 협동조합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상태다. 은행이 돈을 벌어서 어민들을 위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공적자금을 갚기 전까지는 어민 지원에 한 푼도 쓰지 못하게 해 놨다. 우리는 하루라도 더 빨리 이 굴레를 벗어나고픈 간절한 심정이다. 그래서 공적자금을 최대한 빠르게 해소시켜줄 최적의 인물이 행장으로 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것이 관료 출신이 아니라 전문 경영 능력을 갖춘 실무형 행장을 원하는 이유다. 행장 공백이 정부와 수협 간의 갈등의 산물로 비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정부 역시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와 입장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영방향은.
 
수협이 협동조합답게 어민을 위해 존재하고 어민을 위해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수익성 개선에서 얻은 성과를 토대로 공적자금을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상환해서 수협을 빚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우리 수협이 어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어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만들기 위해 힘과 정성을 다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풍요로운 어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바닷모래를 퍼올리고 환경을 훼손한다면 어장이 망가지고 자원이 고갈되고 만다. 환경 파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원관리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바다는 아무것도 건질 것 없는 황폐한 공간이 될 것은 자명하다. 우리 수협이 앞장서서 어민 스스로 참여하는 자율적 자원관리방안을 비롯해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어민과 수산업을 함께 지켜나가기를 희망한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 이해곤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