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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 정규직 전환 80일…노사갈등 지속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했지만 임금·GPS 장착으로 추가 교섭 중

2017-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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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참여한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인 홈앤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두고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 위해 홈앤서비스를 설립했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노조)와 홈앤서비스에 따르면 노사는 17일 오후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노사는 지난 7월1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임금 등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추가 교섭을 하고 있다. 이날까지 7차례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홈앤서비스는 SK브로드밴드의 상품인 인터넷·IPTV 등을 설치·수리하는 업체다. 설치·수리업무는 당초 SK브로드밴드와 위탁계약을 한 협력업체가 맡았지만, 2014년 노조가 설립되면서 매년 노사갈등이 반복됐다. 노조는 원청이 필수업무를 외주화했다며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원청은 올해 초부터 자회사를 통해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검토,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직접고용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홈앤서비스는 지난 7월1일 출범, 98개 협력업체 소속 4600명의 노동자를 직접고용했다. 5곳은 원청에 사업권 반납을 거부하면서 기존 방식대로 협력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를 통해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큰 산을 넘었지만, 임금인상에 대해 노사가 상이하게 해석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7월 체결한 잠정합의안을 통해 기본급 10만원과 식대 3만원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일부 설치기사와 내근직 직원이 기본급 148만원을 받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홈앤서비스에 고용되기 전 업무수행수당 10만원을 받지 못해 임금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홈앤서비스 출범 직후인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 일부 직원들은 최저임금보다 9만원 가량 적게 받는다. 회사가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최저임금 위반이다. 
 
노사는 협력업체의 근무조건을 승계하기로 했지만 홈앤서비스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아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게 노조측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한날 한시에 홈앤서비스에 입사한 만큼 임금격차가 발생해선 안 된다"며 "일부 직원들은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은데 어떻게 노조가 수용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홈앤서비스 관계자는 "협력업체마다 임금체계가 달라서 일률적으로 기본급이 같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업무차량에 위치추적장치(GPS)를 탑재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GPS를 장착하지 않으면 설치·수리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맡게 된다. 노조는 GPS 장착이 노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GPS를 장착할 경우 직원이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아 효율적이고, 사고발생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현광 노조 정책부장은 "원청 자회사에 고용됐지만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임금이 오히려 낮아졌다"며 "회사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노사 상생의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앤서비스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이 없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앤서비스는 지난 6월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되면서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양측 노조간 조합원수가 좁혀지면서 노노갈등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기존 노조가 2년 동안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갖게 됐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지난 7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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