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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이코노미플러스)김정태에서 고동진까지…화려한 빅배스 '마술사' 계보

투자자, 주식·경제 단기 부정적 영향 주의해야

2017-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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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국내에서 '빅배스' 효과로 추정됐던 첫 사례는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 시절이던 1998년 고 김정태 전 행장 취임 첫해 2913억원 당기손손실을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1999년에는 갑작스럽게 45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04년 취임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때도 취임 첫 해 당기순이익은 3605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인 2005년 당기순이익이 갑자기 2조2522억원으로 불어났다. 
1998년 당시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한 김정태 행장과 2004년 국민은행장이 된 강정원 행장이 빅배스의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특히 금융회사에서는 빅배스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2011년 2월, ‘2010년도 연간 결산’ 결과를 발표하면서 8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당시 신한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조3000억원,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유독 KB금융지주만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뭘까. 
 
이 스토리는 어윤대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201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 회장은 취임 후 발표한 2010년도 2분기(4월~6월) 실적에서 33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1조49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3분기의 흑자도 810억원에 불과했고, 4분기에는 다시 2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KB금융은 어 회장 취임 전인 2010년 1분기에는 오히려 과거에 설정했던 대손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어 회장 취임 이후인 2분기 실적결산부터는 대규모 충당금 설정에 나섰다. 그 해 한 해에만 3조1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손충당으로 처리할 정도였다. 전형적인 빅배스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대손충당금을 공격적으로 쌓아놓으면 2011년도 이후의 실적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년 대비 뚜렷히 좋아지게 돼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은행장들의 취임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빅배스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2009년 통신업계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 역시 비슷한 사례다. SK텔레콤은 당시 LG파워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LG파워콤 주식은 2000년 SK텔레콤이 최초 매입할 당시 2400억원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400억원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2009년 들어 당시 정만원 사장이 취임하면서 LG파워콤 주식에 대한 유가증권 회계분류 변경을 통해 주식가치 하락분을 비용처리한다. 어차피 손실비용처리할 것이라면 한참 임기중에 하기보다는 취임초에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 대표통신회사 중 하나인 KT는 당시 이석채 신임 회장 취임 직후 약 80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통한 빅배스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들어 KT는 분기 연속 영업이익 4000억원대를 회복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등, 경쟁사들이 실적 정체를 보였던 상반기에도 실적을 끌어올리며 성과를 낸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서는 2015년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하며 이에 화답하기도 했다.
 
최근의 사례에서도 빅배스 현상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도 2016년 고동진 사장으로 수장이 바뀌면서 같은 해 4분기 호실적을 발표,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조 2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는데 이는 3분기 갤럭시노트7 단종 악재를 포함한 빅배스가 선행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로 우려하던 시장의 예상을 깨버린 것은 4분기 들어 갤럭시노트7 사태의 부진을 사전에 완전히 털어냈기 때문이다.
 
빅배스 효과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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