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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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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회삿돈 새는 대기업 재단, 이대로 둘 것인가

2017-09-14 15:15

조회수 : 4,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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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재단으로 회삿돈이 새고 있다. 국회에는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나마도 실효성에 의문이 들지만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장기 표류 중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정작 사후조치는 책임공방에만 맞춰지고 본질은 망각한 듯 싶다. 재단을 통해 회삿돈을 유용하는 행태는 재벌집단이 출발이다. 국정농단 사태는 흉내에 불과하다.
 
지난 2월 한진해운의 파산 선고 후 해운업계는 백척간두에 있다. 해운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회생이 가능할지 솔직히 낙담한 모습이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의 운임수입 3조원 손실 외에도 물류대란, 납기 지연, 실업자 발생 등 문제는 줄을 잇는다. 국제 신뢰도 추락으로 한국 해운이 잃게 된 미래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이다.
 
한진해운을 나락에 떨어뜨린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그 와중에 개인 잇속만 챙겨 사회적 공분을 샀다. 침몰 직전인 한진해운으로부터 임대료를 꼬박 챙겼고, 경영권을 내려놓은 뒤 자신과 두 자녀의 주식을 내다 파는 등 자신들만 수렁에서 발을 뺐다. 최 회장은 새 살림을 차릴 준비도 일찌감치 했다. 2009년 한진해운을 분리해 한진해운홀딩스를 세웠으며, 2014년 인적분할 과정을 거쳐 유수홀딩스를 출범시켰다. 그 과정에서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는 싸이버로지텍과 유수에스엠 등을 가져갔다.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성 증대라고 명분을 내세웠으나, 본질은 개인 이해였다.
 
그렇게 독립한 유수홀딩스는 여전히 투명경영에 취약점을 보인다. 유수홀딩스의 9.9% 지분을 보유한 양현재단은 최 회장이 이사장이다. 재단은 지난해 기부금 8억5000만원을 받았다. 모두 계열사 또는 유관회사에서 받은 돈이다. 반면 공익법인 고유목적사업에는 소홀했다. 그마저도 사용내역이 의문 투성이다. 고유목적사업비 명목의 3000여만원은 회계사무소에, 3400여만원은 회계법인으로 나갔다. 재단의 고유목적사업인 해운 및 장학지원, 의료지원, 문화예술지원 사업 등 어디에도 회계 지출의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낸 싸이버로지텍은 한진그룹에 속했을 때부터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많았다. 유수홀딩스가 한진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최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칼 등 한진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특수관계인이다. 두 사람의 은원을 떠나 한진그룹과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공정위의 시장 감시망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한진그룹도 공익법인의 독립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복수의 재단이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차지하고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면서 목적사업비 지출은 저조하다. 학교운영 공익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은 한진해운 지원에 동원돼 130억원을 손실한 것이 최근 말썽이다. 이에 대한 책임론으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교수회를 중심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2013년 이미 부채비율이 1400%를 넘어 채무 변제능력이 없는 한진해운에 투자하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교수회가 최 총장만 압박하는 데는 재단 측의 꼬리자르기, 학내 학벌 다툼 등의 의혹을 낳는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만으로는 사실상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분 보유 자체를 단절시켜야 상속세 회피 등 편법승계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식물 국회 상태에서는 그런 논의조차 시작해 볼 수 없다. 정부는 바뀌었지만 적폐는 그대로다.
 
산업1부 재계팀장 이재영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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