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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차기태의 경제편편)현대차 노사정 대타협 필요하다

2017-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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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매체가 현대차에 대해 “화려한 시절은 갔다"고 혹평했다. 중국인의 기호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최근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대차의 판매부진 문제를 중국의 시각에서 합리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냉정한 평가는 중국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현대차그룹 3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당장 신용등급을 깎은 것은 아니지만, 준엄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사실 현대차가 직면한 현실은 엄동설한 같다. 무엇보다 판매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판매량이 43만947대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80만8359대)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난 것이다. 그 여파로 베이징 1,2,3공장과 창저우 공장이 한때 가동을 멈추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최근 사드 임시배치가 완료되고 중국의 비난이 격렬해지고 있으니 중국시장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가 중국에서만 줄었다면 그 핑계를 오로지 사드에만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현대차동차의 해외 판매는 10.8% 감소했다. 미국시장에서는 올 들어 8월까지 판매량이 12.7% 감소했다.
 
그러니 사드 핑계만 댈 수도 없다. 외부요인을 찾다보면 한이 없다. 진정한 요인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한때 ‘도요타킬러’라고 불리기도 했던 현대차가 왜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됐을까? 한 보도에 따르면 국산 자동차의 지난해 평균 수출가격은 1만4260달러에 불과해 독일 3만615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 2만2400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뒤진다. 연구개발투자도 크게 열세다. 현대기아차의 작년 연구개발 투자는 34억달러였다. 일본 도요타 95억달의 5분의2, 독일 폭스바겐 151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 격차가 막연히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커서 놀랍다. 요컨대 현대차의 국제 경쟁력은 여전히 낮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국내시장에서 적수가 없다는 것만 믿고 자만심에 빠져 방만하게 경영한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본업과 상관없는 증권업에 진출하고 서울 강남에 고층사옥을 짓겠다면서 부지 매입에 10조원 이상 투입한 것 등이 방만의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현대차에에 ‘화려한 시절’는 사라져 가는 듯하다. 도리어 악재들이 겹치고 겹쳐 위기설이 뭉게뭉게 번지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은 무척이나 크다. 따라서 현대차가 직면한 위기의 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현대차 경영진은 물론이요 노조와 정부가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분명히 노조가 참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둘째 현대차 경영진도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당장은 중국 시장의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이어 불요불급한 자금유출을 막아야 한다. 120조원이 넘는 내부유보가 있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현재 추진중인 강남의 고층사옥 건립은 늦추는 것이 마땅하다. 고층사옥이 자동차의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닐 뿐더러 지금으로서는 사치에 가깝다. 필요하다면 부지 자체를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약속하는한편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작업에도 힘써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경쟁력이다.
 
정부도 도와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백운규 장관 주재 업계 간담회에서 자동차산업 도약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가해 보인다. 시급한 과제는 '사드보복' 조치를 철회 또는 완화시키기 위해 중국 통상당국과의 적극교섭에 나서는 것이다. 산업부 장관이나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장 등이 모두 움직여야 한다. 사드 추가배치로 말미암아 여건이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포기하지 말고 중국을 설득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대차의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 노사정이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 현대차야말로 지금 노사정 대타협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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