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원석

(제약, 제네릭잔치는 끝났다)③신약개발·바이오시밀러에 생존 걸어야

"신약 R&D 전환 과도기"…체질개선 노력 긍정 평가

2017-09-12 06:00

조회수 : 11,41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2015년은 제약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상징적인 해로 꼽힌다. 한미약품이 총 7조원(계약해지 감안)의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이듬해 기술수출 계약해지로 파장을 일으켰지만, 국내 제약사도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IMS데이터)으로 추정되는데, 약 1200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제약 시장의 1.3% 비중에 불과하다. 기술집약도가 높은 제약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1개 신약이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국산신약은 1997년 최초 허가된 SK케미칼 위암치료제 '선플라주' 이후 29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해외진출에 실패하고 내수용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생존에 직면하자 복제약 사업방식에서 탈피해 신약 R&D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복제약으로는 해외진출이 어렵다. 혁신성과 진보성이 담보된 신약만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0여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2016년 R&D 비용은 약 1조6000억원으로 2014년(1조3540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총 매출액 대비 10%에 달한다. 한미약품,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 4개사는 연 10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사들의 R&D 비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방형 혁신으로 불리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자본력과 연구력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1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10년 동안 1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제약사가 신물질 탐색에서부터 신약 상용화까지 전과정을 전부 진행하기 위해선 기업의 덩치가 커야 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R&D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와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신약후보물질과 글로벌사의 자본력을 합쳐 공동연구를 하는 방식이다. 유한양행은 2011~2016년까지 13개 바이오업체 등에 1190억원을 투자했다.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외부업체와 손을 잡고 신약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또한 동아에스티, 종근당, JW중외제약, CJ헬스케어, 삼성바이오에피스 등도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가 2015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이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 획득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들어 신약 개발 성과도 서서히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신약 기술수출은 1990년대는 12건에 불과했다. 이후 2001~2005년 26건, 2006~2010년 45건, 2011~2014년 8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은 30여건, 2016년은 10여건의 기술수출이 성사됐다. 국내 제약업계 신약 파이프라인은 1000여개로 알려진다.
 
제약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도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2003년 1개, 2006년 1개, 2007년 1개, 2013년 2개, 2014년 1개, 2015년 1개, 2016년 5개 등으로 총 17개 국산신약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했다. 특히 국산 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17개 중에서 10개를바이오의약품이 차지했다.
 
과거 국산신약이 선진 시장 진출에 의의를 뒀다면 이젠 상업적 성공을 노리는 신약후보도 다수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셉틴 등 바이오시밀러 3종으로 글로벌 3조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임랄디, 베네팔리, 플릭사비 3종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등극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에서도 국내 신약후보물질을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는 보톡스 사업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 혈액제제 'IVIG-SN'은 미국 허가가 임박했다. 신라젠은 간암치료제 '펙사벡'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글로벌 신약 후보다. 바이로메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치료제(VM202-DPN)와 허혈성 지체질환 치료제(VM202-PAD)가 글로벌 3상, 루게릭치료제(VM202-ALS)가 글로벌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아파티닙' 항암제도 글로벌 3상 단계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전암 치료백신(GX-188E)의 글로벌 2a상을 진행하고 있으묘, 인성장호르몬(GX-H9)이 글로벌 2상(소아 대상 2상중)을 완료했다. 이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 코오롱생명과학, 지트리비앤티, 메디포스트, 안트로젠, SK케미칼, LG화학, 대화제약 등도 자체 개발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글로벌 제약사에도 알려지면서 국내 제약산업 R&D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진보성과 혁신성을 갖춘 국산신약이 다수여서 앞으로도 기술수출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 최원석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