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토마토칼럼)도전 없는 LG 모바일

2017-08-30 13:15

조회수 : 4,74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LG전자가 31일(현지시간) V30을 공개하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전야제를 밝힌다. V30 실황을 중계할 국내 기자단은 30일 독일 베를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 초 전 세계 모바일 축제인 MWC에서 G6를 꺼내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시선은 글로벌을 향해 있다.
 
반면 국제무대에서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올 1분기 4.2%의 점유율로 6위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others’로 분류돼 점유율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SA 기준) 다른 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점유율은 3.6%, 순위는 7위다.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 비보 등 중화권 신흥 3인방에게도 밀리며 자존심을 한없이 구겼다. 북미에서 삼성과 애플에 이어 3위를 유지하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경영지표도 마이너스 행진이다. 모바일에서만 2분기 영업손실 1324억원을 기록, 9분기 연속 적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가전이 아니었다면 벌써 퇴출되고 남았을 지독한 부진이다.
 
LG 스스로도 이 같은 추락은 예상치 못한 듯 보인다. 2005년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2006년 샤인폰, 2007년 프라다폰 등 해마다 대박을 터트리며 피처폰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LG였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 기준 2005년 20.9%, 2006년 22.3%에 이어 2008년 2분기에는 27.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 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모두 LG의 적수가 되질 못했다.
 
정상에 대한 추억은 LG를 괴롭히는 악몽이자, 족쇄가 됐다. 눈앞의 실적에만 연연하면서 세계 최초로 시도했던 모듈의 실험도 포기했다. G5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모듈 개념을 도입, 공개와 동시에 잇단 찬사를 받으며 혁신이 실종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프렌즈’로 이름 붙여진 8개의 모듈은 G5를 전문가급 카메라로, 오디오로, 가상현실(VR) 기기로 변신시키며 ‘트랜스포머 폰’이란 애칭을 안겨줬다. 레노버와 구글 등도 모듈형 실험에 가세키로 하면서 생태계 구축에 대한 희망도 커졌다. 하지만 LG가 수율을 이유로 차기작에서 모듈을 포기하면서 이 모든 꿈은 좌절됐다.
 
LG는 그렇게 ‘평범하게’ 돌아갔다. 이후 출시된 차기작들의 실패는 어쩌면 예고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삼성처럼 마케팅에 쏟아 부을 돈도, 애플처럼 충성스런 고객도 없는 LG는 남은 유일한 카드였던 도전마저 포기하면서 패잔병으로 전락했다. G5를 끝으로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한 전략의 실패마저 더해졌다. ‘LG’의 브랜드 힘이 여전한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포기하면서 LG 모바일은 갈 곳을 잃은 미아가 됐다. V30 출격을 지켜보는 LG 관계자들조차 속내에서 기대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계속된 적자에도 조준호 사장에 대한 구본무 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의 애정과 기대는 크다. 이 애정이 실적 압박보다 도전에 대한 주문과 격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모듈의 실험을 이끌어냈던 그다. LG디스플레이는 같은 수율의 한계에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OLED 천하를 일궈냈다. LG화학은 포기란 단어를 잊어버렸기에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모듈을 탄생시켰던 창의적인 도전정신만이 무덤 앞에 이른 LG의 모바일을 반등시킬 유일한 자세다.
 
산업1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 김기성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