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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WD 결합 초읽기…SK하이닉스 속내 불편

"신 미일연합에 매각 큰 틀 합의"…SK하이닉스, 대안 마련에 셈법 복잡

2017-08-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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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본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결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시바와 WD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미일 연합의 SK하이닉스는 속내가 자못 불편하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면서 낸드플래시 역량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감도 떠안았다.
 
29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WD가 포함된 '신(新) 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전날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일본을 방문한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와 자리를 갖고 매각 상세 조건 등에 대해 의견을 좁혔다. 이 자리에서 WD가 매각 조건으로 국제소송을 철회해 달라는 도시바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새롭게 짜여진 미일 연합에는 WD와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참여했다. 매각 대금은 한미일 연합이 제시했던 것과 같은 2조엔(약 20조5400억원) 수준이다. WD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 형식으로 도시바메모리에 1500억엔(약 1조54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15% 남짓한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은 오는 31일 이사회에서 매각 계약 성사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미일 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바가 국제 입찰 관례를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매각 주체를 교체한 것에 대해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를 문제 삼기도 어렵다. 일각에서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의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함께 도시바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공식적으로 검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베인캐피탈 측에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사실상 WD 승리로 결론나면서 SK하이닉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중화권으로의 매각은 막았지만, 도시바와 제휴해 낸드플래시 시장 위상을 강화하려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때문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독자적 자구책 마련 등 플랜B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당분간 3D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자체 투자와 기술 개발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 금액 상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도쿄의 도시바 본사.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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