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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뒤)리베카 솔닛 “책에 오랜 스토리 깨는 ‘저항’ 담는다”

‘걷기의 인문학’ 등 신간 출간 기념차 25일 내한

2017-08-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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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는 ‘브레이킹 더 스토리(breaking the story)’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속보를 전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데요. 저는 ‘브레이킹’이란 단어에 주목해 '오래된 스토리를 깬다'는 뜻으로 쓰길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쓴 책들은 무언가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야에서 탐색해가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출신의 페미니스트 지식인이자 인권, 환경, 반핵 운동가인 리베카 솔닛이 25일 서울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여자들은…)와 ‘걷기의 인문학’ 출간 기념 차 방한한 그는 “책에 (기존 것들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를 담는다”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압축해 전달했다.



‘걷기의 인문학’은 걷기라는 인간의 본원적 활동이 갖는 의미와 가능성을 고찰하는 책이다. 두 다리로 직접 걷는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했지만 역사, 철학, 정치, 문학, 예술 비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학적 사유들이 스며있다. 간담회에서 저자는 이러한 사유와 고찰의 기저에 역시 ‘저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걷기에 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저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실내에 머물러 있거나 인터넷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썼죠. 프랑스 혁명이나 지난해 한국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걷기는 혁명의 시발점이자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자들은…’의 경우는 오랜 관습과의 작별을 위한 저항적 메시지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책이다.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혐오 살인 등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다루며 여성에 대한 침묵과 점차 그 침묵을 거부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는 “혁명의 페미니스트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여성에게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에 관한 기존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도 싶었다”고 설명했다. 



행동하는 페미니스트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만큼 이날 간담회에선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문제에 관한 그의 생각을 묻거나 조언을 구하는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그는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사 현상들을 비교해가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차근차근 논리정연하게 전개해 갔다. 



“현재 백악관은 남성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 역할로 여성을 복귀시키려고 하고 있죠. 그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는데 그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게 참 부끄럽고 그로테스크하다고까지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어 그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여성 유튜버 살해 위협’ 등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여성 혐오’ 현상과 관련 “어느 정도 들은 바 있고 미국에도 굉장히 비슷한 상황들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이런 반응은 반대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우리의 행동이 그들에게 위협을 준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이어 페미니즘 문제는 결국 자신이 하고 있는 환경보호나 인권, 반핵 운동 등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여성을 차별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은 결국 모든 이들을 ‘해방’ 시키는 문제와 맞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15년여 동안 불교에 푹 빠졌었고 그래서 모든 이들의 해방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의 공통 분모라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은 결국 인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입니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가정 폭력에서부터 빈곤, 사회적 불평등, 핵무기 살상 등은 그래서 페미니즘과 교차점이 있습니다.” 



이날 솔닛은 간담회 중간 중간 현 트럼프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며 지난해 한국의 대통령 탄핵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미국 백악관은 백인이나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고 기후변화나 교육, 외교 정책에 무능하다”며 “한국은 촛불 시위로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는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행운을 빌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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