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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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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 여름 달군 영·미 형님들의 ‘리브 포에버 롱’

모노톤즈·리암 갤러거·푸 파이터스와 관객 8000명이 만든 '길게 살아있던' 공연

2017-08-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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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미국에서 온 형님들이 저기서 쉬고 계시는데 막내인 저희가 재롱 좀 부려보겠습니다.” 국내 밴드 모노톤즈의 보컬 훈조가 장난기 섞인 멘트를 던지자 관객들이 웃으며 몸을 풀기 시작한다. “같이 즐겁게 놀 수 있습니까?” (관객들: 네!!!) “‘글로리어스 데이’란 노래 들려드릴게요.” 

22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리브 포에버 롱’. 공지된 시간에 정확히 무대에 등장한 이들은 하모니카로 경기장 전체를 주목시키더니 자신들만의 색깔이 묻어난 음악들을 신명나게 펼쳐대기 시작했다. ‘A’부터 ‘글로리어스 데이’, ‘더 비트 고스 온’의 이어짐 속에 이제 막 공연장에 들어온 관객들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방방 뛰었다. 

곡 사이사이 모노톤즈의 감초 같은 말들은 이어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뒷짐지고)리암 갤러거 형님처럼 해볼까, (머리를 흔들며) 푸파이터스 형님들처럼 해볼까 했는데 가장 모노톤즈답게 하기로 했어요”, “앵콜요? 에이, 뒷 공연 기다리고 있는 거 알아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훈조, 그런 그의 멘트에 폭소하는 사람들. 마지막 곡 ‘브라운 아이드 걸’을 부를 때쯤 공연장 하늘에 물감처럼 번진 노을빛이 흥에 취한 모두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그리고 누구도 결코 지루하게 느끼지 않았을, 20여분의 셋 체인지 시간이 이어졌다. 더버즈의 ‘미스터 탬버린 맨’, 익스트림의 ‘모어 댄 워즈’, 콘의 ‘블라인드’ 등 주최 측이 틀어준 신명나는 곡들에 관객들은 몸을 흔들며 신나게 리암의 무대를 기다렸다.

“오빤, 강남스타일!” 7시50분쯤, 뜬금없이 경기장 전체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졌다.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강남스타일 말춤 포즈 사진을 올린 것을 아는 일부 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곡, 뭐야?”, “어제 사진 올리더니” 관객들이 웅성웅성하던 찰나, 무대 오른 편에서 등장하는 리암. 검은 바람막이에 반바지 차림을 한 그는 “퍼X, 첫 곡은 록앤롤스타야”라는 특유의 거친 말을 내뱉으며 그 답게 등장했다.



첫 곡으로 ‘록앤롤 스타’를 시원하게 뽑은 그는 탬버린을 흔들거나 뒷짐을 진 특유의 자세로 ‘모닝 글로리’, ‘슬라이드 어웨이’ 등 오아시스 시절의 곡부터 ‘월 오브 글래스’, ‘그리디 소울’, ‘볼드’ 등의 솔로곡을 이어갔다.

“이번엔 비디아이의 곡을 한 곡 하겠어.” 공연 중반 오아시스 해체 후 활동하던 비디아이의 ‘소울 러브’를 부를 땐 팬들의 함성이 더 커지기도 했다. 전날 인천공항 입국 후 ‘서울 러브’로 스펠링을 고쳐 올린 SNS 글에서 팬들과 암묵적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부르다 모자를 눈 아래까지 뒤집어 쓰거나 곡 끝마다 “땡큐”라는 짧은 감사의 인사말을 건네는 장면에선 ‘쿨한 록스타’의 면모가 엿보였다. “그냥 지금까지 한 대로, 이런 식으로 앙코르 곡을 할게. I'll give you, Wonderwall” (함성을 지르는 관객들)




대표곡 ‘원더월’을 부르며 그는 가사 속 ‘유’를 ‘코리아’라고 바꿔 부르며 한국 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시간을 내달린 공연 내내 ‘리암’, ‘리암’을 외치며 열광하던 팬들은 선선한 늦여름밤 정취를 느끼며 후렴구의 떼창을 목놓아 불렀다.

리암이 지핀 흥분과 열기는 또 다시 이어진 셋 체인지 시간에도 계속됐다. 데이비드 보위의 ‘체인지스’,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스 론니 하츠 클럽 밴드’, 씬 리지의 ‘차이나 타운’ 등이 흘러나오자 공연장 내에서 파는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몸을 맡기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이들이 많았다.




“Are you ready? It's been a long time!” 8시20분 무렵, 스피커에서 전자기타 소리와 함께 굵은 마초적 음성이 터져나오자 공연장 내 드문 드문 흩어져 있던 관객들이 삽시간에 무대 앞으로 질주했다. 푸 파이터스 보컬 데이브 그롤은 그런 관객들을 기다리며 “Are you ready?”를 연신 외쳐댔고 어느 정도 객석이 정비되자 “Let's go, Here we go!”라며 첫 곡 ‘올 마이 라이프’를 부르기 시작했다.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거친 그로울링을 토해내는 그롤과 그 뒤를 뒷받침하는 밴드 구성원들의 하모니는 완벽한 하드록의 진수를 뽐냈다. ‘런 투 플라이’, ‘더 프리텐더’, ‘마이 히어로’, ‘마이 히어로’ 등 흡사 폭풍처럼 쉼없이 내달리는 곡들은 록에 대한 팬들의 기갈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거칠게 5곡을 부르다 조용해진 그롤이 젠틀한 목소리로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 말하자 모두가 웃었다. 그러더니 최대한 쉬운 영어 문장을 구사하며 또박 또박 멘트를 이어간다.



“오늘 저희는 한국에 온 게 두 번째입니다. 처음 왔던 때가 기억나는군요. 그때 본 한국 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미쳐 있는 관객들이었었죠. (열광하는 관객들) 오늘 우린 아주 많은 노래를 부를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여전히 미쳐있기 때문이지. 자 저기 좀 영상으로 비쳐줘봐요. Oh, 퍼X 크레이지. 진짜로 미쳐 있군.(폭소하며 날뛰는 관객들)”

이어서 그들은 ‘빅 미’, ‘런’, ‘타임스 라익 디즈’, ‘굿 데이’, ‘콘그리게이션’, ‘디스 데이’ 등 대표곡들을 들려줬다. 곡 중간 중간에는 빨간 컵에 담긴 차를 마시거나 관객들과 의성어로 소통하며 그들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뽐내기도 했다.

“한국만큼 미쳐 있는 관객들이 세계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한국이 다시 오고 싶더군. 22년 쯤 후엔 정말로 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할게요. 일단 그 전에 여기 10번을 더 올 것 같고. (“푸파이터스”라며 열광하는 관객들)”

공연 말미 ‘베스트 오브 유’를 부를 때는 연주가 끝났는데도 관객들이 “오오오” 식의 떼창을 계속하자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박수로 마무리하는 유쾌함을 보이기도, 앙코르 곡 ‘에버 롱’을 부르기 전엔 “세이 굿바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에 사로잡힌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세 팀의 합동 공연은 여느 록 페스티벌 못지 않았다. 주최 측 추산 총 8000여명이 모였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푸 파이터즈의 앙코르 곡이 끝난 밤 10시50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늦은 시각까지 대규모 인원이 모여 있었지만 사고 등에 각별히 신경을 주최 측의 운영 노하우도 돋보였다.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은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관람객들이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했고 밤에는 플래시까지 비춰가면서 안전을 챙겼다. 아티스트와 관객, 주최 측 모두, 서로에게 건네는 따스한 애정과 열정이 ‘길게 살아 있던’ 공연이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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