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아이가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호소하거나 물체를 가까이 보려 하는 경우 근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근시가 발생할 경우 고도근시로 이어질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근시가 심할 경우 성인이 돼도 망막박리, 녹내장 등 다른 안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의 도움말로 영유아 눈건강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근시는 먼 곳을 바라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히는 굴절이상을 말한다. 근시 발생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최근에는 10대 근시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생활 및 학습 환경 변화에 따른 요인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영유아기부터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잘못된 디지털기기 사용 방식 및 환경이 근시를 발생시키거나 빠르게 진행하도록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최초 이용시기는 평균 2.27세로 만 3세가 되기 전인 영아기에 이미 노출되고 있었다. 또한 전체 연령의 36.7%가 하루 30~40분 미만, 24.4%가 10~20분 미만, 21.7%가 20~30분 미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루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영유아도 9.5%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스마트폰 등 작은 화면을 통해 글씨나 동영상을 보게 될 경우 눈에 부담이 가고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또한 작은 화면의 디지털기기 사용은 근거리 작업 가운데 하나로 근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화면 속 작은 글씨만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우리 눈은 가까이에 있는 물체만 잘 보이도록 조절이 과도하게 이뤄진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근시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장기 학생들의 경우 근시 진행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기기의 화면을 오래 보면 눈 깜박임 회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안구건조증을 유발 혹은 악화시킬 수 있다.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도 눈 건강에 좋지 않다. 흔들림이 많은 장소에서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화면을 집중해서 보는 것은 눈이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흔들림이 많은 버스와 같은 차량 안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근시 환자는 안경만 쓰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부모들은 근시 정도는 별로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고 안경점에 데리고 가 안경을 맞춰주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적잖다. 그러나 근시는 향후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녹내장, 망막박리 등 중증 안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근시 진료인원은 총 134만6540명이었으며, 이 중 10대가 36.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10세 미만이 20.6%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키 성장이 멈추는 시기가 있듯이 시력성장도 멈추는 시기가 있다. 대체적으로 만 7~8세 전후까지 시각이 발달하기 때문에 이상이 있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눈의 시선 방향이 다르거나 물건을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눈을 심하게 부셔하거나 찡그린다면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고개를 기울이거나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보는 경우,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비비는 경우, 일정한 곳을 주시하지 못하고 눈이 계속 움직일 경우에도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안과검진의 경우 생후 6개월, 1년이 되는 시점에 정기검진을 받고, 3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받는다. 아이에게 증상이 있거나 시력이 나쁠 만한 가족력 등이 있을 때는 검사주기를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컴퓨터 작업, 독서 등 1시간 가까이 한 곳을 주시하는 작업을 한 뒤에는 10분쯤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해주는 것이 좋고, 실내조명은 적당한 광도를 유지해야 한다. 일단 근시가 확인되면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적절한 처방을 받고 정기적인 검진을 하도록 한다.
백승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교수는 "영유아기에는 눈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뿐 아니라 영유아기의 발달 상태가 평생의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눈건강을 위한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하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를 특히 흔들리는 차 안에서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혹시라도 눈에 이상이 생긴다거나 기타 증상이 보일 경우 바로 안과전문병원에 데려가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영유아기의 발달 상태가 평생의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관리가 중요하다. 눈건강을 위한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하는 게 좋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