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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경단녀·노인·장애인에게 새로운 길 열어줄 것"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권영준 후즈하비몰 대표

2017-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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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새 정부 경제정책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의 양을 늘릴 뿐 아니라 질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경제활동에서 멀어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물리적으로 여건이 여의치 않은 노인과 장애인은 물론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포기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들은 좀처럼 경제활동의 주체로 돌아오기 힘든 게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1.5%로 전체 평균인 62.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52.1%로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후즈하비몰은 이처럼 경제활동에서 멀어진 사회취약계층이 핸드메이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도록 원스톱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아크밸리지식산업센터.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이곳 3층에 후즈하비몰 사무실이 있다. 회사의 정확한 명칭은 오엠인터랙티브다. 웹에이전시 회사인 오엠인터랙티브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바로 후즈하비몰이다. 오엠인터랙티브는 웹사이트 구축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웹 관련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회사로 닌텐도코리아,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권영준 대표(사진)는 지난 2000년부터 웹기획자로 활동한 이 분야 베테랑이다. 많은 노력도 뒤따랐다.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가 됐을 때는 대학원에 진학해 광고마케팅까지 공부했다.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2월 독립을 선언하고 오엠인터랙티브를 설립했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당장 먹고 살 궁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창업 후 6개월 즈음 지나자 직원들 월급은 꼬박 챙겨줄 만큼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이 아닌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 "웹에이전시 등 웹 관련 비즈니스는 인력 중심의 구조로 경기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매달 인건비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를 장기적으로 타개하려면 자체 서비스 즉,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후즈하비몰이다. 후즈하비몰은 소위 돈 되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오엠인터랙티브만의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독특한 콘셉트의 쇼핑몰을 구상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핸드메이드 제품을 파는 쇼핑몰이었다.
 
관건은 시장에서 먹힐만한 제품을 만드는 우수한 핸드메이드 작가를 발굴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공방을 운영하는 잘나가는 전문 작가들은 굳이 후즈하비몰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권 대표는 가까운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일반 사람들 중에서도 손재주가 뛰어난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의 노년층은 바느질이며 소소한 집안일을 해왔던 터라 기본적인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처음에는 당장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지인들을 중심으로 핸드메이드 작가를 발굴해 쇼핑몰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구색 맞추기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고객의 니즈 파악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전문 상품기획자(MD)를 영입해 상품성을 철저히 검증한 후 쇼핑몰에 선보였다. 상품 퀄리티는 물론 고객들 반응도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핸드메이드 작가가 필요하게 됐다. 권 대표는 "새로운 제작자를 발굴해 가면서 전문 작가들은 배제했다. 대신 경력 단절 여성들, 노인들, 장애인들과 같이 어쩔 수 없이 경제활동에서 멀어진 분들이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즈하비몰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것. 상품 기획부터 촬영, 편집, 마케팅까지 모든 제반 사항은 회사가 전담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쇼핑몰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회적기업을 알게 된 것도 이 때다. 권 대표는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매년 전국에서 500팀을 뽑는 이 사업에서 권 대표는 전체 1등으로 과정을 마쳤다.
 
이를 계기로 권 대표는 본격적인 사회적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사실 재정지원을 기대하고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사회적기업가 교육을 받고, 다른 사회적기업 대표들과 교류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후즈하비몰을 통해 다시 경제활동을 하며 자신감을 얻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커졌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 분들의 매출을 더 올려드릴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현재 후즈하비몰에 입점해 있는 핸드메이드 작가는 지역자활센터 등 각종 단체와 일반 개인을 포함해 50명이 넘는다. 이들은 '하비스트'라는 이름으로 쇼핑몰에 제품을 만들어 공급한다. 오픈한지 1년 반 정도 된 신생 쇼핑몰임에도 상당한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권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쇼핑몰의 월 매출이 1억원 수준이 되면 손해는 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월 평균 매출은 10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부족한 재원은 정부, 지자체 그리고 민간 지원 프로그램에 적극 지원해 충당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이러한 외부 지원 없이 쇼핑몰을 자립시키는 것이 1차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회사 전체 매출에서 후즈하비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을 넘도록 할 것이다" 그의 비전은 명확했다.
 
후즈하비몰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서 교육 플랫폼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회사가 전문 강사를 섭외해 무료로 핸드메이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강사료와 재료비는 회사가 모두 부담한다. 지금은 취약계층 5~6명을 대상으로 1회성 수업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에는 중급반, 고급반 등을 만들고 장기적인 커리큘럼도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능 있는 핸드메이드 작가를 양성해 쇼핑몰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권 대표는 "우리 사회가 일자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노년층과 경단녀 등 사회취약계층은 경제활동에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서만이 아닌 가정에서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누꽃을 만드는 무료 핸드메이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후즈하비몰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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