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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전례 없는 관행 파괴…사법개혁 의지 확고

전관 아닌 '개혁적 현직법관' 초강수…새로운 개혁시도

2017-08-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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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을 새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놀라운 반전 카드다.
 
문 대통령, 사법개혁 정공법
 
사법개혁 과제를 앞두고 전수안·김영란·박시환 전 대법관 등 개혁적 성향의 전직 대법관들이 모두 고사하자 ‘개혁적 현직 법관’이라는 정공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차원의 사법개혁이 진행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더욱 파격적이다. 그는 법원 내 진보·개혁적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김 후보자가 초대회장을 역임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현재 법원 내에서 일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조사’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는 단체다.
 
비대법관 출신에 젊은 기수
 
김 후보자에 대한지명은 특히 대법원장의 경우, 현직 대법관들을 고려해 대법관 출신 법조인 가운데 사법연수원 선배기수를 임명해 온 기존 관행을 완전히 깨트린 인사다. 전임인 양승태(2기) 대법원장과는 연수원 기수 차이가 13년이나 난다. 현직 대법관들과 비교해 봐도 김소영(19기)·박보영(16기)·김재형(18기)·박정화(20기) 대법관 등 4명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기수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출신이 아니다. 2015년 7월 민일영 당시 대법관 후임 후보로 거론 된 것 말고는 대법관과는 인연이 없었다.
 
사회적 약자 보호 판결 많아
 
판결 성향도 사회적 약자 중심의 진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고법 행정10부 부장판사 시절인 2015년 11월에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2심 판결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판결을 두고 한 언론사의 판결 비평 심사위원들은 "출세를 포기한 용기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시기 ‘여성 군무원 성추행 사건’을 맡아 음란동영상을 보여준 경우 여성이 즉시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여성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도 했다.
 
법원 “파격 지나 충격적”
 
김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법원 내는 어수선하다. 특히 기수파괴에 대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파격보다 충격”이라며 “대법원장이라면 법원의 가장 큰 어른으로 대법관회의 등을 주제하고, 검찰이나 재야법조계까지 아울러야 하는데 전례가 없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법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는 구 관행을 깨는 차원이 아니라 법원 조직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진보 법관들 ‘환영’
 
반대 의견도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박시환 전 대법관과 김 후보자는 4기수 차이다. 큰 차이는 아니다”라면서 “대법관을 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기존 인사와는 다른 점이지만 이미 대법관 후보로 추천을 받은 바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법관 블랙리스트’ 재조사 가능성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으로 취임하면 ‘법관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법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끊임없이 요구해왔으나 양 대법원장은 모두 거부했다. 지난 10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단이 대표회의 의결사항의 집행을 위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양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 수용 불가입장을 통보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추가조사 요구할 것"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자의 컴퓨터 등이 제대로 보관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 질문을 보내고 답변 요구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답변을 받지 모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공보업무를 맡고 있는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하시게 되면 역시 ‘법관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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