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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경영진 일방적 구조조정 비판한 현대중공업 노조행위는 정당"

2017-08-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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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노동조합원이 회사의 일방적 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선전방송이나 유인물로 경영진을 비판하더라도 그 비판이 전체적으로 허위로 단정되지 않는 한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현대중공업 노조소속 간부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선전방송과 유인물 게시 행위를 했고, 내용에 사실관계 일부가 허위이거나 타인의 인격·명예 등을 훼손하는 표현 등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원고의 행위는 노조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고 행위는 노조 대응지침에 따라 노조 활동의 일환으로, 피고 회사의 구조조정이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근로조건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의 선전방송과 유인물의 주된 내용 역시 피고 회사가 진행하는 구조조정이 사실상 정리해고에 해당함을 지적하고 단체협약을 위반해 전환배치가 강제로 이뤄졌음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비록 그 내용 중 일부가 허위이거나 왜곡돼 있고, 타인의 인격·명예 등이 훼손될 염려가 있는 표현 등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내용에 허위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의 선전방송은 근무시작 전 길가에 노조 방송차량을 세우고 옆에 다른 노조원 몇 명이 현수막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차량을 이용해 출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선전방송이 근무시간 외에 이뤄진 점, 기간과 회 수가 2개월 동안 12회인 점, 유인물 게시는 1회인 점, 위법하거나 선동하는 내용이 없었던 점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보면, 원고 행위로 회사 업무수행이 방해됐거나 근무 질서가 문란해졌다고도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고 주장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고, 경영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서 원고의 행위를 노조의 정당한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경영진이 노조와의 협의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2015년 3월부터 약 2개월간 출근하는 사내 소속사원들을 상대로 경영진을 비판하는 선정방송과 함께 유인물을 배포했다. 방송 등 내용 가운데는 “노동자를 짐승 취급 권오갑은 퇴진해! 뭐하노 빨리!!” 등의 구호도 포함됐다. 이에 경영진은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며 정씨에게 정직 4주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정씨가 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는 정씨의 행위를 정당한 노조행위로 인정했으나 2심은 “원고 행위에 수반된 주장내용은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어 있고 또한 피고 회사의 경영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는 노조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에 해당 해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정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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