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성휘

북·미 '말폭탄'에 긴장고조…청와대 "한반도 위기설 동의 안해"

미국 '화염과 분노, 예방전쟁' vs 북한 '괌 사격, 불바다'

2017-08-09 18:05

조회수 : 4,56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한과 미국이 ‘불바다’, ‘예방전쟁’ 등 험악한 용어를 서로 주고받으며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8월 한반도 위기설’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한반도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내 불안심리 진화에 나섰다.
 
북한군 전략군과 북한군 총참모부는 9일 오전 잇달아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전략군은 “때 없이 남조선 상공에 날아들어 우리를 자극하고 위협공갈하고 있는 미제의 핵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할 것”이라며 “중장거리 전략탄도 로케트 화성-12형으로 괌도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총참모부 대변인도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본토를 우리의 핵전쟁마당으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서울을 포함한 괴뢰 1,3야전군지역의 모든 대상들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위협 발언은 앞서 미국 측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한 응수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휴가 중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역시 북한의 위협을 우려 깊게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지난달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대기권 재진입 능력 확보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과거에 비해 위험수위가 한층 올라간 셈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해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 역시 미국의 경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양측의 긴장수위가 순차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이달 말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이 단순 ‘말폭탄’이 아닌 실제 도발을 감행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전략적 도발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해 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잘 관리하면 위기가 안되고 오히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어려운 안보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야당 등에서 제기하는 ‘코리아패싱’ 비판에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대통령이 휴가에서 오자마자 휴가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가까이 깊숙한 대화를 나눴다. 아베 총리하고도 통화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소통을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때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블라디보스톡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인데 패싱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연이은 위협에 대해선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내부결속용도 있을 것이고 국내에 안보불안감을 조성해서 한미동맹 관계를 이간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결)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시간은 걸리지만 큰 위기는 조만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깨달아야 할 것은 점점 더 상황이 (북한에) 불리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가 제시한 합리적인 제의에 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외무장관들이 5일 필리핀 마닐라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력히 비난하며 북한에 아세안안보포럼(ARF) 회원국으로서 분쟁 회피의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 이성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