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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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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홍신 "사랑의 본질이란 선악이 함께 존재하는 것"

2017-08-10 15:27

조회수 :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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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이 끝나고 난뒤: 책 출간과 함께 진행되는 북콘서트나 기자간담회를 다녀온 후 기사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끄적여 봅니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이 촘촘하려면 얼마나 많은 감정 소모와 인내가 필요할까. 때때로 면벽이나 명상수련을 한다던 작가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선 듯 보였다. 자신을 해코지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그는 기도를 하고 용서하는 습관을 들인다. 처음엔 그 사람 얼굴만 떠올려도 속이 뒤집어졌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자신이 '미쳤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결국 그를 위해 기도하는 행위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줬다.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보다 행복해질 수 있었다. 이번 소설은 그런 일련의 생각들을 연인이란 소재에 상징화한 결과물이다.


그는 사랑한다고 외치는 소리를 '천둥'으로, 내 영혼이 그대에게 달려가는 속도를 '번개'로, 자유로운 사랑의 의미를 '바람'으로 시각화했다. 특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하며 셰익스피어를 인용할 땐 눈이 반짝 거렸다.


"셰익스피어가 그런 얘기를 했죠. 사랑을 하면 짐승이 되기도 하고, 짐승이 사람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진짜 사랑을 하면 악마가 되기도, 천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두 모습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죠."


간담회 시작부터 '사랑의 본질'이란 추상적 주제를 꺼낸게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인류 최대의 난제로, 해답이나 정답을 내릴 수 없다던 그의 고뇌가 여실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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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괴로울 때 면벽이나 명상수련을 해봤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 속에 크게 남는 것은 사랑이란 낱말이었습니다. 그것의 본질에 관해서는 누구도 정답이나 해답을 찾기가 어렵죠. 아마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번 써 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신작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펴냈다. 주로 사회, 역사적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을 써왔던 작가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자 해독제가 없는 사랑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의 주제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랑이야기를 소설 전면에 내세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 '단 한 번의 사랑'에서 작가는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을 다시 만나 그 사랑을 완성시키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렸다. 이번 신작에선 마음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의 사랑으로 곁을 지키는 성숙한 연인의 모습을 소설화했다.

 

“평생 소설을 쓰다가 울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상대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막바지 상황이라든가 성숙한 남녀가 서로에 대해 애절함에 가까운 사랑을 느끼는 과정 등이 그렇습니다.”

 

소설은 사랑의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여인 ‘모니카’와 가톨릭 신부가 되려다 그 여인 때문에 삶의 진로를 바꾼 ‘리노’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두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되는 이야기 속엔 모니카에 대한 감정으로 진로를 트는 리노나 횡포를 부리는 옛 약혼자의 등장으로 힘들어 하는 모니카의 세밀한 감정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리노의 모습에서는 작가 자신이 밟아온 인생의 궤적들을 엿볼 수도 있다.

 

“제 세례명은 주인공과 동일한 리노입니다. 유시원 시절 복사 생활을 했었고 가톨릭 신앙 생활을 하며 사제가 되려고 했었죠. 그러다 어머니가 반대해 주인공처럼 의대를 지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전 소설이나 성장소설이 아니냐란 물음도 갖으실 수 있는데요. 앞부분은 그런 요소가 있지만 뒤의 사랑 이야기로 갈 땐 완전히 소설적 상상으로 전개했습니다.”

 

작가가 이번 소설을 집필하면서 사랑과 함께 동일선상에 올린 단어는 ‘용서’였다. 자신을 시기하거나 해코지했던 사람들까지 관용의 자세로 포용하려 노력하다보니 결국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은 자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소설 제목의 단어 ‘바람’에 자유와 희망, 구속 등의 복합적 함축이 들어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바람은 크게 4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죠. 자연 그대로인 바람과 희망, 새끼줄을 세는 단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엉뚱한 짓. 소설에서는 그 4가지를 모두 함축해서 넣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작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던 그간의 심경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털어놨다. “현재 고위직에 올라 넉넉하게 사는 친일파를 꼬집었던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블랙리스트가 됐다”던 그는 “우리 시대가 과거를 여전히 청산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까지 시대를 매섭게 비판하거나 바른 정신을 갖고 살면 블랙리스트가 됩니다. 하지만 최근엔 아들이 블랙리스트에 '아빠 이름이 안들어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만큼 우리 시대가 점점 깨어 간다는 것을 확인했고 제가 부끄럽지 않게 살았음을 알았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믿을만하다는 만족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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