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복간본 열풍에 이어 올해는 출판계에 연초부터 필사책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시들을 묶은 시집본 인기가 많죠. 그렇지만 바쁘고 정신 없는 환경에 놓인 우리는 정작 하루에 시 한 편 읽기도 힘듭니다.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시작해보려 합니다. 시 한 편씩 필사해보고자 합니다. 마음 한 켠에 남을 만한 시어들을 적고 따라 읽어보며 스스로 몰랐던 감정, 감각들을 깨워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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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덜컥 찾아왔다. 숨 조차 쉬기 힘들 정도다. 지난주에만 해도 밤 바람을 기다리며 어질어질한 낮을 달랬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여의치가 않게 돼 버렸다.
섧고 서러운 우리의 선풍기들은 그래도 꾸준히 '열일' 하지 않나요. 냉풍기나 에어콘 같은 것들에 밀려 구석에서 '고물'에 '늙다리'라는 꾸중을 들어도 연신 도리질 하는. 선풍기가 갑자기 고개를 끄덕거린다는 표현이 정감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