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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엇갈린 희비…2분기 LG생건 최초 아모레 제쳤다

아모레, 11년만에 매출·이익 동반감소…포트폴리오 차이가 실적 갈라

2017-07-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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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국내 화장품업계 빅2의 2분기 매출 순위가 뒤집혔다. 화장품사업과 중국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아모레퍼시픽이 휘청이는 사이 LG생활건강은 음료사업과 생활용품 사업의 선방을 바탕으로 위기를 이겨내며 희비가 엇갈렸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의 2분기 매출액은 1조4130억원으로 전년대비 17.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7.9%나 줄어들며 130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2006년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051900)은 매출액 1조5301억원(전년 대비 1.5% 감소), 영업이익 2254억원(전년대비 3.1% 증가)을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앞질렀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LG생활건강에 뒤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 일각에서는 "그 동안 중국이라는 신기루에 가려졌던 실적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는 자조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화장품 매출이 전체의 90% 가량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 비중이 절반(52%)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 사업이 책임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화장품 시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지난 4월부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의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면세점과 관광상권 매출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차이도 실적의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2분기 LG생활건강의 해외 화장품 매출은 1871억원으로 이 중 절반 이하인 784억원이 중국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은 5%에 불과하다. 199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오면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덕이다. 중국만 놓고 보면 지난해 진출한 브랜드 '숨'이 1년새 매장을 2곳에서 31곳으로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중국 전체 매출을 전년대비 25% 늘리는 데 기여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대 초반부터 라네즈와 마몽드 등으로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2분기 중국 매출은 200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15%로 추정되고 있다. 5대 글로벌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를 통해 중국에서 운영 중인 매장만 2000개 이상으로 2분기 중 월간 기준으로 현지 매출이 역신장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5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6월에는 10% 중반대 성장률을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과거 20~30% 성장하던 것이 비해서는 많이 낮은 수준"이라며 "하반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마몽드가 최근 싱가포르에 진출했으며 이니스프리도 지난 3월 말 인도네시아에 1호점을 여는 등 동남아시아 공략을 강화해 국가별 포트폴리오를 고르게 구축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다각화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왼쪽)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각 사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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