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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삼성물산 vs 쌍용건설, 9호선 공사비 놓고 '법적 분쟁'

쌍용 "추가 공사비 떠넘기기 전사적 조작 부당", 삼성 "소송 중" 말아껴

2017-07-26 06:00

조회수 : 8,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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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000830)과 쌍용건설이 내년 12월 완공되는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에 투입되는 추가 공사비를 놓고 법적분쟁을 벌이는 등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삼성물산이 공사비 상승에 따른 손실을 숨기고 있다가 싱크홀 발생을 빌미로 쌍용건설에 떠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싱크홀로 인해 발생한 추가 공사비를 부담하지 않기 위한 쌍용건설이 '꼼수'를 쓴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쌍용건설이 현장에서 삼성물산측의 내부문서를 입수하면서 쌍용건설측이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19공구의 쉴드 공법 시공 시연회 모습이다. 사진/ 뉴시스
 
26일 쌍용건설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싱크홀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4년 4월 이미 현장 실행율이 156%에 달해 444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동도급사인 쌍용건설에 원가율 상승(손실)을 통보한 시기는 2015년 2월로 싱크홀이 사태가 터진 직후다. 쉽게 정리하면 기존 공사현장에서 삼성물산이 운영 과실로 발생한 손실분을 싱크홀 발생을 빌미로 쌍용건설에 뒤짚어 씌웠다는 것이다.   
 
특히 쌍용건설과 건설사 일각에서는 사전에 45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삼성물산측이 사전 계산해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고 있다가 의도적으로 약 1년이 지나가는 시점인 2015년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할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손실을 한꺼번에 터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일모직 보다 주가가 비싼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트리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주식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우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이 큰 그림을 그리고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국민연금 등을 동원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해 충분히 계열사도 동원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앞서 삼성물산(54%), 쌍용건설(40%), 매일종합건설(6%)은 컨소시엄 형태로 지난 2009년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19공구 건설공사를 도급했다. 공사비는 총 2091억원(물가상승률 반영)으로 이들 건설사 3곳은 협의에 의해 실행원가 85.1%에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2013년 4월 실행원가가 93.1%로 상향됐고, 2015년 2월 127.38%까지 치솟았다. 실행원가는 인건비, 자재비, 설계비 등 공사가 실행되는데 투입되는 모든 원가비용을 말한다. 예컨대 총 공사비 2000억원에 실행원가가 90%라면 건설사의 수익은 200억원이 된다. 실행원가가 100%라면 건설사의 수익은 0원이 되기 때문에 이미 내부 문건에 기록된 사실대로 손실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내부자료로 지난 2014년 3월까지 발생한 누적손실을 기록한 보고서다. 2014년 3월까지 누적손실은 56%(실행율 156%)에 달하면서 손익만회지원팀을 운영했다. 이는 2014년 8월 싱크홀 발생에 따른 추가 공사비가 아닌 삼성물산의 과실에 따른 손실이라고 쌍용건설은 주장하고 있다. 자료/쌍용건설
 
문제는 이 공사의 실행원가가 급등하면서 손실이 확대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관사인 삼성물산이 쌍용건설에 추가 부담금을 요구했고, 쌍용건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공동도급 공사의 특성상 주관사가 공사를 주도하기 때문에 공사 중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 역시 주관사가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경우 각 사에서 대표자 1명씩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구성된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협의와 합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는 2013년 4월 이후 2015년 2월까지 이 과정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것이 쌍용측 주장이다.
 
쌍용건설은 삼성물산이 이 과정에서 세부 항목별 초과투입 예상항목 및 내역, 사유서 등을 의도적으로 누락·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공사이익이 125억원에서 공사손실이 229억원으로 뒤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주관사인 삼성물산을 믿고 갔는데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실행원가 누락이나 허위공시 등 쌍용건설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현재 법적으로 다투고 있어서 답변할 수 없다”면서 “올초부터 재판부 감정 절차가 진행 중이니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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