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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왕' 강훈, 숨진 채 발견…프랜차이즈 신화에서 극단적 선택까지

무리한 사업 확장에 경영난 가중…처지 비관해 극단적 선택한 듯

2017-07-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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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토종 커피전문점 '할리스'와 '카페베네', '망고식스'를 이끌며 '커피왕'으로 알려진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는 전날 오후 5시46분경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숨져있는 것을 회사 직원이 발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회사의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비관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강 대표는 목숨을 끊기 전날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바닥으로 추락하니 압박감을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이끌던 KH컴퍼니는 자회사 KJ마케팅과 함께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KH컴퍼니는 지난해 10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성기 2014년의 282억원에 비해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회사는 2015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만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금압박이 거세지면서 본사 직원들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 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난은 망고식스의 부진과 무리한 사업 확장 탓이라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2011년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공략해 망고 음료를 주력으로 하는 '망고식스'를 창업했다. 망고식스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색다른 메뉴로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이내 계절음료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강 대표는 위기 돌파 방법으로 몸집 불리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쥬스식스, 커피식스 등 비슷한 콘셉트의 카페를 운영하던 KJ마케팅을 인수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초까지도 망고식스미니와 디저트 브랜드 디센트를 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이같은 공격적인 확장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2014년 160개를 넘었던 망고식스 매장은 현재 100개 수준으로 줄었다.
 
강 대표는 국내 커피업계 1세대로  '커피왕'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199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1997년 스타벅스 론칭 준비 태스크포스(TF)에 배치되며 커피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당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스타벅스 론칭이 기약없이 미뤄졌다. 이에 1998년 당시 31살이던 그는 신세계를 나와 강남역 지하상가에 '할리스커피'라는 토종 브랜드를 차리며 본격적인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8년에는 카페베네로 자리를 옮기면서 최단 시간, 최대 매장 출점, 업계 최초로 가맹점 500호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 망고식스를 차리며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게 됐다.
  
강훈 KH컴퍼니 대표. 사진/KH컴퍼니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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