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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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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1600만 촛불시민에게 UN인권상을

2017-07-26 07:00

조회수 : 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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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핵될까. 재선은 가능할까. 한 가지 분명은 것은 트럼프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는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고 있지만, 과거에 익숙한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등은 변화를 따라잡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 주류 언론과 정치전문가들은 선거날까지도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다. 기존 미국 주류 사회도 트럼프식 정치에 경멸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보수적인 백인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아 보란 듯이 대통령이 됐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진작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트럼프가 집권하고 있는데도 주류 언론은 대선 때와 똑같은 프레임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언론은 당장 트럼프가 우리나라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탄핵이라도 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간다. 그러나 트럼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정치를 실험 중이다.
 
지난 주말,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여개의 트윗을 폭풍처럼 날렸다. 소셜네트워크(SNS) 시대에 대통령이 '대중에게 걸어가기(Going public)'의 수단으로 트윗을 활용하고 있다. 근대적인 대의정치에서 대통령은 의회와 상대하고, 그의 화법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통해 대중에 전달된다. 대통령과 시민 사이에 의회와 언론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정치 지도자는 이런 제도정치를 넘어서는 정치수단을 동원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라디오를 통한 '노변정담(Fireside chat)'으로 벽난로 옆에서 이야기하듯 연설, 감동을 줬다. 존 F. 케네디는 TV 연설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었다. 지금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신문이나 방송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이해관계를 유권자에게 직접 전하고 있다. 그 내용들이 주류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에게는 거슬리겠지만,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십중팔구 지난 대선 당시의 표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류 언론이 트럼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면 가질수록 보수적 유권자들은 트럼프에게 공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트럼프의 극우적인 가치관과 정치 지향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가 보여준 언론 플레이들은 유심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정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어 시민과 직접 소통, 오히려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경화된 의회제도와 기존의 주류 언론들에서 소외됐던 표심을 중심으로 반체제적인 정치가 선동되고 있다.
 
세계정치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고, 대의제 민주주의 이상의 새로운 민주주의로 진화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촛불혁명에서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주권자 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가 등장했다.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국회의원들이 이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게 만든 원동력은 2016년 10월29일부터 올해 3월10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100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던 시민대집회다. 1600만 촛불시민들의 힘이야말로 주권자 민주주의라는 새 정치를 연 것이다. 그리고 주권자 민주주의는 5월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촛불혁명은 제도권 정치로 안착했고, 내년 개헌정국을 통해 촛불 민주주의의 제도적 완성을 향해 진화해가고 있다.
 
촛불혁명과 주권자 민주주의는 21세기 정치의 표준이 될 수 있다. 촛불혁명은 15~16세기 이탈리아 도시공화정의 시민혁명과 17~18세기 영국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 그리고 미국 독립전쟁처럼 새 민주주의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근대적인 대의제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반체제 정치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 촛불혁명과 주권자 민주주의를 세계에 알려서 세계 시민들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하나의 방법은 2018년 12월10일 국제연합(UN) 인권의 날에 있을 'UN인권상'을 1600만 촛불시민들이 수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UN인권상은 1968년 제정된 이래 5년 마다 개인이나 단체에 6개의 인권상을 수여한다. 그간 이 상은 마틴 루터 킹과 지미 카터, 넬슨 만델라 등이 수상했고, 국제사면위원회, 국제적십자사, 사라예보 중앙병원 의료진, 수단여성연합 등도 받았다. 지금까지 개인과 단체를 합쳐 총 59개의 인권상이 수여됐다.
 
촛불혁명은 광장의 시민대집회와 제도권 정치가 하나 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2017년 촛불혁명은 국민이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으로 새롭게 등장한 ‘국민주권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런 성과를 해외의 연구자와 시민단체, 언론에 알리고 성과를 공유·확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은 세계인들이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2018년 12월10일에 1600만 촛불시민들이 UN인권상을 수상하는 것은 이런 작업에 대한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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