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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정부 친노동행보 '직진'…재계 '전전긍긍'

원청책임 강화 등 노동현안 정조준…재계와의 충돌도 불가피

2017-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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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문재인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노동계와 재계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노동현안을 직접 겨냥했다. 노동정책에 있어 새 정부의 분명한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관련해 재계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냈지만,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책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해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최소화하길 기대한다"며 우회적으로 정부의 일방통행을 지적했다. 경영계의 입장 반영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선만 짙어질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 등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한국노총과 체결한 정책협약이 공약에 상당부분 반영돼 고무적"이라며 "실제로 공약을 이행해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정기획위는 '노동존중·성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라는 기조로 노동정책 방향을 결정, 노동시장의 차별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핵심은 비정규직, 원·하청, 노동기본권으로 좁혀진다. 특히 임금체불 및 산업안전과 관련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질 않는 데다, 산업재해가 하청 노동자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계획대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경우 재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을 제외한 32개 업종에서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파견 허용업종이 아닌 사업장에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 사용 시점부터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파견업종 확대는 재계의 요구 사항 중 하나로 박근혜정부에서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했지만 야권과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산재 사망사고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11명이 산재 사고로 숨졌으며, 이중 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에서는 각각 8명, 7명이 산재로 숨졌고, 사망자 전원이 하청업체 소속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다.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시 처벌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골자로 하는 차별 해소로 모아졌다. 공공부문은 연중 9개월 이상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민간부문은 생명·안전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없도록 기간제법 등을 개정할 방침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범위는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마련한다.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도 전면 개편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할 계획이다. 차별시정제도는 파견 또는 기간제 노동자가 사업장 내에서 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 등 차별을 받을 경우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동종·유사 업무를 좁게 해석하고,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을 할 경우 해고 등 불이익이 뒤따르면서 구제신청 자체가 저조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건수는 제도 도입 이듬해인 2008년 1296건을 기록한 뒤 추락해 현재까지 연간 100건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정부는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등 고용 안전판도 마련한다. 기업의 희망퇴직 남용을 막고,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부당해고 구제 절차도 개선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87호와 98호를 비준해 노동기본권도 확대한다. 이들 협약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활동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이 발효되면 노동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계획대로 노동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당정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중점 법안을 선정해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 정부입법 수정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통지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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