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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해나

(현장에서)1%만 누리는 세계 최초 UHD 본방송

2017-07-18 17:09

조회수 : 5,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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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는 안 팔아요. 서비스센터에 문의하세요.”
“수신변환기 받으려면 3주 기다리셔야 합니다.”
 
초고화질(UHD) 방송 시청을 시도한 소비자라면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말이다.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청자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UHD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이 따른다. A씨는 지난해 200만원이 넘는 UHD TV를 큰마음 먹고 구매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이전 UHD TV 구매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나온 수신변환기(컨버터)와 안테나를 구매해야 UHD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수신변환기는 3만9000원, 안테나는 1만8000원이다. 그마저도 프로모션 기간이 종료돼 7월부터는 수신변환기 가격이 6만9000원으로 올랐다. 수신변환기와 안테나는 가전매장에서 구입할 수 없다.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살 수 있다. 설치를 원할 경우에는 출장비를 따로 지급해야 했다. 수신변환기는 주문제작 방식이라 3주 이상이 소요된다. 
 
외산 TV를 사거나 중소기업 TV를 구매한 사람은 전용 셋톱박스를 살 수도 없다. 해외 제조사와 중소기업은 지상파 UHD TV 수신변환기 제조비용과 칩 인증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케이블TV,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수신하는 가구도 UHD 방송을 볼 날이 요원하다. 지상파는 UHD 장비비용과 제작비용 등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유료방송 재송신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가구는 업계 추정 1만3000~4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팔린 UHD TV가 약 10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1%의 사용자만이 세계 최초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와 정부, TV제조사는 시청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데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정부는 올해 2월 UHD 방송 표준을 미국식으로 확정했는데, TV 제조사들이 성급하게 유럽식 표준을 적용해 UHD T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정부가 당초 유럽식 표준을 적용할 방침을 내세웠다가 방송 시기에 임박해서야 표준을 바꿨다고 항변했다. 결국 UHD TV를 사면 UHD 방송을 볼 수 있을 줄로 믿었던 소비자만 피해를 입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청자 불만을 줄이겠다며 안테나를 TV 내에 내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설계의 어려움, 제조비용 등을 이유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해서 세계 최초가 아니다.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누렸을 때 의미가 있다. 정부와 지상파, 제조사가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 불편을 줄일 대책을 찾길 바란다.

산업1부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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