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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알쓸신잡, 넌 정체가 뭐냐

교양과 예능 사이

2017-07-12 17:32

조회수 : 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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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이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주 방송은 평균시청률 6.7%를 기록했고 지상파 채널을 제외한 전 플랫폼에서 전연령대 남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알쓸신잡이 대세 프로그램이 된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도 쏟아진다. 대부분 박학다식하고 개성 있으며 매력 넘치는 출연자들을 섭외한 것, 지식을 총동원해 떠드는 수다라는 형식이 유익하고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인기비결로 꼽았다.


 


유익함, 지식 전달은 교양의 전매특허였다. 알쓸신잡은 예능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교양예능이다. 교양 프로그램이 예능의 탈을 쓴 건지 예능 프로그램이 교양의 옷을 입은 건지 명확히 말할 수 없지만 이런 교양예능이 요즘 먹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강연 형식의 <어쩌다 어른>, 해외 선진 교육법을 체험하는 <수업을 바꿔라> 등의 예능프로그램이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주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교양 프로그램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교양 프로그램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텔레비전 개국 초기부터 80년대까지는 TV 교양 프로그램이 출현하고 성장, 발전한 시기다. 국민에게 경제, 교양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영상물이 제작됐다. 90년대는 민영방송과 케이블이 등장하면서 교양 프로그램의 경쟁기로 기록된다. 교양과 예능, 드라마 등의 장르 혼합되면서 선정성, 오락성 시비에 휘말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양 프로그램은 혼종기와 해체기를 맞았다. 다매체 다채널 다플랫폼 체제가 형성되었고 스마트폰을 통한 파편적 TV 시청이 이루어졌다. 교양 프로그램의 오락화 경향은 뚜렷해졌고 그나마 살아남았던 가벼운 교양 프로그램은 예능에 밀려 존재감을 잃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에게 시사교양프로그램은 피로감을 줄 뿐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부담감만 가중시키는 꼴이 됐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교양이든 예능이든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콘텐츠를 보고 싶을 것이다. 영국, 독일, 미국 등의 방송에서는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장르를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단지 공익성 있는 다양한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양의 오락화, 예능의 교양화를 불편하게 느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시청자에게 몰랐던 지식을 제공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시켜 행동하게 만드는 유익한프로그램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송의 생존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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