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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임은정 검사 "익명게시판 폐쇄 바라는 법원 간부님들께"

"법원, 2012년 검찰이 겪은 익명게시판 진통 겪어"

2017-06-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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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법원이 내부 익명게시판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폐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의정부지검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검사가 법원 익명게시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2년 11월 '검찰개혁포럼'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 기한을 둬 익명게시판을 운영했고, 기한을 연장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과 함께 각종 불만에 대한 토로가 쏟아지자 검찰 수뇌부는 익명게시판을 연장하지 않고 폐지했다. 임 검사의 주장은 법원이 이런 검찰의 전철을 밟는 것에 대한 우려 차원으로 풀이된다.
 
임 검사는 24일 자신의 SNS에서 최근 법원 내 익명게시판에 대한 논란을 다룬 기사를 전제한 뒤 “익명게시판(익게)이 불편해 익게 폐쇄를 내심 바라시는 법원 간부님들에게, 익게 부작용을 너무 우려하는 언론 등 관계자분들에게 전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자신이 2012년 11월26일 검찰 익명게시판에 올렸던 연장 건의문 중 한 부분을 떼어내 소개한 것이다.
 
임 검사는 글에서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 폐해가 불통과 절망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겠습니까”라며 “시간이 없다며 청원을 듣지 않으려는 하드리아누스 대제에게 한 여인이 ‘들을 시간이 없는 자는 다스릴 자격이 없다’고 외쳤습니다. 수뇌부이기에 쓴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 목소리에 담긴 애정을 보아 주십시오. 쓴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으로 저희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또 “옷깃을 들면 옷이 펴지고, 벼리를 당기면 그물이 펼쳐진다. 저는 검찰이 우리나라의 옷깃이고 벼리라고 자부했습니다. 지금은 누더기가 된 옷깃이고 망가진 벼리이지만, 우리의 소명이 이 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기에, 우리는 지금 피눈물을 흘리며 옷깃을 바느질하고 벼리를 고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한 달간 논의하고 그칠 일이 아닙니다.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때까지 최소한 익명토론방에서나마, 궁극에는 우리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허심탄회하게 함께 고민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며 “검찰 바로서기가 어찌 우리만의 소망이겠습니까?”라고 검찰개혁을 위한 익명게시판의 운영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2012년 11월 당시, 현재의 법원이 겪고 있는 내부 익명게시판 운영의 진통을 그대로 경험했다. 임 검사는 SNS 글에서 “검찰 개혁방안에 대한 좋은 의견들도 쏟아졌지만, 검란 무렵이라, 수뇌부를 규탄하는 감정적 글들도 많았고,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은 일부 간부들과 검사들로 인해 그간 묵은 상처가 깊은 수사관, 실무관들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이들이-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익명게시판을 탐탁치 않아 했고, 결국, 익명게시판 연장에 대한 많은 내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연장이 불발되어 많이 아쉬웠었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당시 익명게시판에서 자신이 당한 공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당시 익명게시판에서 저에게 총선 불출마 표명을 요구하며 정치하려고 그간 내부게시판에 글 쓰는 거 아니냐는 등의 모욕과 조롱도 적지 않아, 저도 좀 마음이 다쳤다”며 “그럼에도, 의사표현에 대한 억압과 탄압으로 침묵을 강요 당해온 내부 구성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열게 하려면, 자신의 이름으로 의견을 냈을 때의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익명게시판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실명으로 연장을 건의하였고, 현재도 익명게시판을 다시 열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최근 법원 익명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 검찰이 2012년 겨울 겪었던 진통을 겪고 있네요. 초라한 민낯이 드러나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일 테지만, 그럼에도 묵은 상처가 터져 고름이 쏟아지는 시간으로 이해하며 기다려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달 사법개혁 요구를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앞서, 내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익명게시판을 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법개혁에 대한 입장이 다른 법관들간 서로를 향한 비판이 비난과 비방으로 격해지면서 익명게시판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인지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임은정 검사 SNS 캡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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