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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대학원생 부럽다 하지마라

2017-06-23 14:45

조회수 :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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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사제폭탄 사건의 피의자가 교수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벌인 짓이라고 했을 때 올해 초 대학원 조교들이 처우와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 생각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취업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든 사회생활을 안 하니까 편할 것 같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까 마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대학원생 조교를 했던 친구들을 취재해 보니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교수로부터 엄청난 갑질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A강의실을 잘 못 외우는 교수님을 위해 수업 때마다 데려다 드려요.”


B연구 사업계획서 열심히 써서 연구비 받으면 다시 교수님 통장으로 입금해야 해요.”


C식비 지원이요? 제가 해결하고요. 교수님과 밖에서 만날 땐 제가 커피도 사요.”


연초에는 교수의 연말정산까지 대신 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 15일 서강대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냈습니다.


 


44항 대학원생에게 보장된 학업과 연구의 기회가 부당하게 박탈되어서는 안 되며, 학위과정을 마칠 때까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학업이 중단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112항 대학원생은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학습하고 연구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학업 및 연구와 연관성이 없고 사회통념에도 위배되는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그동안 논문 표절, 성희롱, 온갖 학대 사건을 접한 까닭에 나온 내용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폐쇄적인 대학원 조직문화가 권리장전 하나로 바뀔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대학원생을 근로자로 인정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분명한 건 즉각적인 해결을 바라기보다는 꾸준한 관심으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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