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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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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토마토칼럼)재벌 중심 경제패러다임, 바뀔 때가 됐다

2017-06-23 06:00

조회수 : 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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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대한민국 곳곳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사인과 공인의 개념 및 역할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전횡을 저지르던 지도자는 결국 자리를 내려와야만 했다. 현재 재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자리에서 내려온 지도자는 아직까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버지의 직업을 거의 물려받다시피한 이 지도자는 아버지의 시대에 당연시됐던 것이 왜 지금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 받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듯한 모습이다.
 
고집은 개인의 영역이니 차치하고서라도 곱씹어볼 만한 거리가 남아있다. 아직도 확성기와 태극기를 들고 전 대통령의 사면을 꿈꾸며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또 다른 의미에서 그야말로 '헬조선'이다. 60~70년대 경제개발 정책으로 그래도 굶지는 않고 살게 됐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고생을 덜해봐서 모른다고들 한다. 그들에게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전승할 유일한 지도자다. 전쟁 통의 가난과 고생을 잊지 못하는 그들은 오늘도 집회 때 어김없이 '전우여 잘 자라' 노래를 튼다.
 
반백년이 흘러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 잘못된 것을 그때그때 온전히 바로잡으며 나아가지 못한 탓이 크다. 대한민국은 재벌(Chaebol)이라는 고유명사가 외국 사전에 실릴 만큼 세계에 유래 없는 경제성장 독재정책을 펼친 나라다. 혹자는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라고 한다. '인구도 적고 땅도 작다, 자원도 없다, 그래서 클 놈만 크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 결과가 대기업이고 재벌이다'라는 논리다. 하지만 글로벌 환경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인구 적고 땅 작아도 경제민주화 이뤄가며 잘 사는 나라들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벌써 여럿 떠오른다.
 
새로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면서 재벌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 계열사의 오너 지분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른다. 한화에서 하림에 이르기까지 재벌그룹, 중견기업 할 것 없이 일감몰아주기가 횡행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성장 중심 경제논리 아래 눈감아준 재벌 문화가 어느새 수많은 기업가들에게 학습되고 있는 모양새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공정경쟁의 원리를 훼손하며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편법승계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가족, 친인척이 오너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편법증여가 횡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지나칠 경우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확대나 급여 인상 같은 경제의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한 지 오래된 대다수 국민들은 이에 별로 동의하지 못할 듯 싶다. 또한 그간 재벌총수와 가족들이 이익을 보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침해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표현되는 숫자들보다 국민 개개인 아래 표현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경제수치 없이, 재벌 중심 경제성장은 이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재벌 규제에서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것은 이제 공정위의 몫으로 돌려도 될 듯 싶다. 정치적 자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문화가 올 봄 일부 청산됐듯 경제적 자산을 아들 딸에게 물려주는 문화도 이참에 정리할 때가 됐다. 재벌가 중심의 경제성장 패러다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김나볏 프라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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