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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CJ맨 10년' 김철하 부회장의 '성공가도'

전문성·경영수완 동시 겸비…대상서 CJ 이동 뒤 '실력 인정받아 탄탄대로'

2017-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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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식품업계에선 소위 경쟁 관계에 있는 동종 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적 기업문화가 주를 이룬 업계 특성상 새로운 곳에서 온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이런 편견을 깨트린 인물이 있다. 바로 김철하 CJ제일제당(097950) 부회장(대표이사)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철하 부회장은 대상(001680)그룹을 나와 CJ제일제당에 둥지를 튼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그가 부사장에서 부회장까지 오르는 10년간 'CJ맨'이 되는동안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경영능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평생을 바이오분야 연구에 매진해 온 '바이오 전문가'다. 서울대 미생물학 전공인 그는 1977년 미원(현 대상)에 입사해 1996년 제약사업본부장 이사를 거쳐 2005년 바이오사업총괄 중앙연구소장 전무를 지내며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렇게 그는 약 30년간 대상그룹에서 일했던 이른바 '대상맨'이었다.
 
그런 그가 2007년, 라이벌 회사인 CJ제일제당으로 돌연 자리를 옮겼던 일은 업계 내에서도 커다란 화제거리였다.
 
당시 알려진바로는 CJ가 신소재와 바이오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찰나, 대상그룹에서 30년간 연구개발을 이끌던 그의 전문성과 경영자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당시만해도 경쟁 회사에 몸 담고 있던 그를 영입하는 과정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CJ는 그를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소장 겸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고, 이같은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영입효과는 곧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2010년 CJ제일제당은 국내 업계 최초로 바이오사업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를 영입한지 3년만에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바이오사업을 CJ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착시키는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1년 7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CJ로 영입된지 4년만에 대표이사 사장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엔 부회장까지 오르며 그룹내 비오너가 중 유일한 부회장 직함을 달게 된 주인공이 됐다. CJ제일제당이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를 계열사 대표이사로 임명한 것부터 이미 김 부회장이 최초사례였던 만큼 그에 대한 그룹 내 신망이 얼마나 두터운지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바이오부분에선 국내 최고의 CEO란 평가를 받고 있는 김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감각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총괄 수장이 된 이후에는 글로벌사업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엔 동남아 사료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사료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해 줄 거점으로 '동남아'를 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미얀마에 콩 부산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사료원료 '발효대두박' 공장을 완공해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미얀마에선 업계 최초로 해외 유지 공장을 완공하고 현지 식용유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외에도 주력사업군인 가공식품과 '비비고'브랜드를 앞세워 한식의 세계화에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뚝심있는 경영스타일도 돋보인다. 2013년 실적 부진에 빠졌을 당시 임원회의에서 "A부터 Z까지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식의 사업형태를 바꿔야 한다. 시장선도 제품,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한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자"라고 독려하며 사업포트폴리오 정비에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복심'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CJ제일제당 대표에 오른 직후부터 이 회장의 해외출장에 줄곧 동행하는 등 최측근 인사로 분류돼 왔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 될 당시에도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채욱 CJ 부회장(당시 CJ대한통운 부회장) 등과 함께 CJ그룹 그룹경영위원회에 참여하며 비상경영체제의 한 축을 맡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철하 부회장이 대상 재직시절엔 연구개발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CJ제일제당의 수장이 된 후엔 경영자로서 능력까지 겸비한 몇 안되는 CEO로 꼽히고 있다"라며 "이재현 회장의 공백도 잘 메웠고 실적도 꾸준히 견인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입지도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CJ제일제당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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