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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사드 여파 4개월째…명동상권, 중국·일본 큰 손 빠지고 동남아 늘었다

동남아 관광객 늘었지만 구매력 작아 매출은 타격

2017-06-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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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봄보다 매출이 30%정도 줄었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은 계속 줄고 있고, 그나마 매출을 유지해주던 일본 관광객도 많이 줄었다.”
 
8일 오전 11시30분. 명동 거리 곳곳은 과거 중국 관광객들이 ‘점령’하며 놀던 무대가 아니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평소였으면 이미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시간이지만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명동 상권 중심거리는 한산했다. 길 양 옆으로 늘어선 화장품 전문점 앞에는 상점 관계자들이 한 손에 마스크팩 상품을 들고 호객 행위를 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 손님도 별로 보이지 않아 호객 행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단체로 줄지어 다니는 중국 관광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하나 둘 소규모로 다니는 개인 관광객들이 그나마 눈에 띄었다. 일본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화장품 전문점에서 일하는 일본 국적의 판매원은 “4·5월보다는 나은데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 일본 관광객은 북한 때문에 안 오고, 중국 관광객은 사드 때문에 안 온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화장품 전문점에서 일하는 중국 국적의 판매원은 “6월에는 좀 경기가 나아진다고 하는데 아직은 모르겠다”며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반면 대만·홍콩·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8일 오전 명동 거리의 모습. 사진/이우찬 기자
 
지난 3월 명동 상권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충격파를 맞았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배치를 두고 금한령을 내렸고,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아직 명동 상권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모습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일본 국민의 한국 관광을 자제시키고 있다는 소식도 한 몫했다. 중국·일본이라는 큰 손이 명동에서 빠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그 빈 자리를 일부나마 메우고 있다. 그래도 중국·일본과 동남아 관광객들의 구매력 차이가 커 상인들은 매출 타격을 피하긴 어려웠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는 “최근에도 사정이 나아진 게 없다. 봄보다는 30% 정도 매출이 전반적으로 빠졌다”고 했다. 이어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베가 한국에 전쟁이 난다고 떠들고, 북한이 미사일 쏘고 해서 위험하다는 얘기가 여전하다. 일본 관광객 수가 뚝 떨어진 게 뼈아프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동 상권에서 일본 관광객들은 지갑을 여는 핵심 고객군이라 상인들에게 더욱 뼈아프다. 중국 관광객들은 명동 상권에서 소비하는 규모보다 면세점에서 소비하는 규모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동 상권에서 줄어든 매출 대부분이 일본 관광객이 감소한 것과 관련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자리를 동남아 등 관광객들이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일본 관광객과 동남아 관광객들 사이에 구매력에서 차이가 벌어져 당분간 매출 감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서울방문 외래관광객 방문 동향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4월 54만명이 서울을 찾았지만, 올해 4월에는 18만명이 방문했다. 동남아 관광객은 지난해 4월 25명에서, 올해 4월 29만명으로 방문자 수가 늘었다. 올해 1~4월 누적 동남아 관광객 수는 9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명 증가했다. 2015년 서울을 방문한 동남아 관광객은 201만명, 2016년에는 283만명으로 집계됐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40.4%로 중국·일본을 제치고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8일 오전 외국인 관광객 가족이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의 메뉴판을 보고 있다. 사진/이우찬 기자
 
장기적으로 보면 동남아 관광객 수가 증가한 것은 반가운 부분이다.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는 구매력을 갖춘 잠재 고객들이 많다. 한국과 지리적 거리도 멀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세안특사로 임명돼 아세안 외교를 펼치고 왔다. 동남아는 사드나 북핵 위기 등 한반도 정치·외교의 위험 요인과도 멀어져 있어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 관광객 다변화 측면에서 중국·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서울시 또한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난 부분을 관광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조성호 시 관광정책과 관광정책팀장은 “일본은 국가별 관광객 방문 비율이 고르다. 반면 한국은 거의 50% 가까이 중국 관광객에 편중돼 있다. 시장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사드 여파를 시장 다변화 준비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중국 중심의 단체·쇼핑 위주로 짜인 관광에서 개인별 소규모 여행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개발에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체험관광상품 오픈마켓인 ‘원 모어 트립’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외국인 관광객과 이색 관광콘텐츠를 보유한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지난 2월 기준 160여개의 체험형 상품이 등록돼 있다. 전통주 체험, 회식문화 체험, 향수 만들기 등 상품이 있다.
 
8일 오전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오면 펼쳐지는 명동 거리의 모습. 사진/이우찬 기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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