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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데스크칼럼)중국 떠나는 한국기업 지킬 혜안 절실

2017-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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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보복 조치가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타격을 미치더니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철수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 왔다.
물론 사드만이 원인은 아니다. 현지화 실패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사드 후폭풍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시달리던 유통 대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접거나 접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는 완전히 손 떼겠다고 선언했고 롯데마트도 중국 내 언론에서 흘러나온 낭설이라고 하지만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 내 대부분 롯데마트 점포는 사드 보복 여파에 영업을 중단했다.
 
적자폭이 늘어나는데 이를 보고만 있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운영도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자영업자가 점포를 운영하는데 가게에 파리가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기약 없이 언젠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만 가지고 비싼 임대료와 직원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는 없다.
 
대부분 이럴 경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가게를 접는 것이 상책이라 판단하기 마련이다. 중국 이마트 또한 적자가 늘어나는데 더해 사드 후폭풍까지 몰아친 마당에 피해액만 늘리는 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하는 사업에 더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판단일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이마트는 중국에서 나온다.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나서 공언한 만큼 매장은 빠른 속도로 정리될 전망이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을 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여기에 보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철수는 단순히 신세계그룹 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중국 내 대부분 롯데마트 점포도 사드 보복 여파에 영업을 중단했다. 중국 롯데마트가 2개월간 문을 닫아 발생한 피해액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롯데마트 중국 내 매장 99곳 중 장기간 대규모 적자 상태인 20~30개를 매각하기 위해 다수의 현지 기업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롯데마트 또한 앞날이 어둡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외교 역량이 절실한 타이밍이다.
 
김종훈 산업2부 부장.
사드 문제는 새 정부가 당면한 최대 외교안보 현안이다. 중국은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사드 배치 철회를 압박하면서 경제보복 조치를 완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연일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절됐던 양국 고위급 교류가 다시 시작됐고, 시진핑 주석의 한중관계 고도중시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언급도 있었다. 사드 직격탄을 맞은 업계 분위기가 호전 된 건 사실이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아직 사드배치에 대한 한중 양국의 입장은 바뀐 게 없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기업은 사드보복 완화 여부에 집중하지 말고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정부도 냉정하고 의연하면서도 지혜롭게 사드 정국을 돌파해 나갈 혜안(慧眼)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종훈 기자 f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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