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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주류 성수기에도, '쓴잔' 든 위스키업계

김영란법 직격탄 현실화…8년만에 시장 반토막 위기

2017-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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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주류업계가 성수기로 여겨지는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위스키업체들은 벼랑 끝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음주문화 변화로 2~3차까지 이어지는 회식 문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영향이 크게 미치면서 성장은 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실제 위스키 시장은 8년째 역성장을 거듭 중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84만1155상자를 기록한 이후 ▲2009년 255만8131상자 ▲2010년 252만2925상자 ▲2011년 240만667상자 ▲2012년 212만2748상자 등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13년에는 185만600상자로 200만 상자 지지선이 무너졌고, 2015년 174만8330상자에서 지난해에는 166만9039상자로 4.5% 더 감소했다. 올 1분기에도 37만1634상자로 전년 같은 기간(39만6791상자)보다 6.3%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이 150만상자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8년만에 시장이 반토막 난 셈이다.
 
이미 디아지오코리아는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는 체면만 차렸고,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영업이익 대폭 급감 속에 3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 위스키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위스키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시장 위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페르노리카코리아다. 분위기 변화를 꾀하며 지난해 프랑스 출신 사장 등 핵심 임원들을 대거 물갈이했고 위스키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흥1번지 강남을 버리고 강북으로 사옥을 옮기며 위기극복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은 다국적 위스키회사들에게 매우 큰 시장으로 분류됐지만 이익 면에서 최근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영란법 악재 등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가 되고 있어 트렌드 변화에 맞는 전략을 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위스키 업체들의 트렌드를 쫓는 절박한 행보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잔 위스키' 판매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과 가로수길, 신사동 등 젊은층이 자주 찾는 수도권 257개 업소에서 '조니워커'를 하이볼 형태로 만든 '조니레몬' 판매를 시작했다. '고급 술'로 인식되는 위스키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기존 전략에서 탈피한 것이다. 디아지오는 그간 일부 유흥채널에서 칵테일 형태로 위스키를 판매한 적은 있었지만 일반 음식점과 다이닝펍 등에서 잔 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선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혼술'이 위스키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혼술족 공략을 위한 저용량 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200㎖ 용량의 '조니워커 레드 200'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 '조니워커 블랙 200㎖'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고,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발렌타인과 시바스리갈, 임페리얼, 앱솔루트 등 제품을 200㎖~350㎖ 소용량 제품으로 구성해 판매 중이다.
 
최근엔 강남 유흥가 곳곳에 저렴한 가격에 여러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원가' 시스템의 바(Bar)도 등장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커버차지'를 지불하고 다양한 위스키를 원가에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대략 2만원의 입장료를 내면 300여가지 위스키를 글래스 기준 4000원~1만원에 즐길 수 있다. 1만원에서 2만원인 기존 바 판매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위스키'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업계가 주 소비층이던 중·장년층이 사라지고 김영란법 규제의 최대 피해자가 되며 좀처럼 활로를 못 찾고 있다"며 "통상 여름이 주류 성수기라고 하지만 위스키업계는 트렌드 변화를 쫓기 바쁘고 오히려 과도한 출혈 경쟁이 우려돼 불황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언더락잔에 채워지는 위스키. 사진/게티이미지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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