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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모호한 정규·비정규직 기준

8개 유형 이외에는 정규직…"노동자 개념 다시 만들어야"

2017-05-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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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공공부문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민간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범위가 불분명한 데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전환이 가능한 고용형태와 불가능한 고용형태가 갈려 향후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2002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정의에 따라 비정규직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재택·가내노동자, 파견노동자, 용역노동자, 일일노동자, 단시간노동자, 기간제노동자, 한시적노동자 등 8가지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 8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 어디에서 속하지 않는 노동자다. 공공부문에선 임기제공무원, 민간부문에선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대표적인 예다.
 
먼저 임기제공무원은 전문 지식·기술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공무원이다. 규모는 2015년 말 기준 1만2859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1.4% 수준이다. 직급과 신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기간제와 다르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진 만큼 정규직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임기제공무원은 최근 각 행정기관과 자치단체가 정규직 전환수요 파악을 목적으로 실시한 현황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공무원 임용령(국가·지방·교육)에 따라 임용된 공무원은 비정규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경기도의 한 보건소에서 임기제공무원(9급)으로 일하고 있는 안모씨(31·여)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면접을 봐 재임용돼야 하는데 재임용률은 30%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 중에 스스로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기간제로 들어와 3~6개월 일한 사람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2~3년을 일한 우리는 계속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용역노동자의 경계선도 임기제공무원만큼 모호하다. 정부는 용역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보지만 사내하청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본다. 하지만 최근의 사내하청이 용역처럼 원청에 노무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어 두 계약형태를 동일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반 노동자, 반 자영업자’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다 상황이 복잡하다. 비정규직으로 분류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화란 단어 자체가 모순이다. 특고노동자 규모는 노동자단체 추산 230만명, 정부 추산 52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종속성’보단 ‘경제적 종속성’을 기준으로 노동자의 개념을 재정립해 그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기존의 노동법은 제조업, 한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 대상으로 봤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용형태와 근무장소도 다변화하고 있다”며 “형식적 근로자의 개념으로는 실질적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근로자, 사용자 등의 개념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강서지회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제로시대'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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