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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토마토칼럼)프로 OTC의 마중물 전략 통하려면

2017-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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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벤처를 육성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하면서다. 벤처투자를 활성화해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한결 용이하게 하면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회수도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벤처기업이 모두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전문투자자 전용 장외주식시장인 프로 OTC(Pro-OTC)다. 이미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7월 프로 OTC 시장을 출범시키기로 하고 내달 초기 붐업을 위한 국제포럼을 준비하는 등 막바지 작업에 공을 들이는 상태다. 프로 OTC는 기관투자자들이 원하는 블록딜 협상툴을 제공하면 중개회원인 증권사가 호가를 읽고 다시 증권분석 후 가격을 제시, 매칭해주는 구조다. 부동산 중개서비스 '직방' 또는 '다방'과 같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이견을 조정, 협상할 수 있다. 비상장기업은 신주발행, 주식담보대출 등 자금조달 방법과 목표금액을 게시하고 투자의사가 있는 투자자들과 메신저를 통해 협의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 비상장사 임직원이 보유한 우리사주 대량유통 등의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기업 경영과 관련된 재무 등 자문서비스도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는 회원유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짧게는 1~2년, 길게는 4년 동안 트렉레코드를 쌓는 것에 집중키로 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벤처캐피탈(VC)과 비상장기업 간 네트워크를 비집고 들어가 틈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프로 OTC에 참여하게 될 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 OTC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사, 전문 엔젤투자자와 같은 VC 업계나 총 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투자자에게 진입이 허용된다. 리스크가 큰 탓에 투자자를 이처럼 제한했는데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해당 업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전 투입 자금을 한 발 앞서 회수할 수 있는 시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투자 리스크가 큰 창업 초기 기업의 주권을 매매할 유인이 충분치 않다. 뚜껑이 열려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장주식 지분증권 매매를 도울 증권사들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익 악화로 인해 투자은행(IB) 조직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야 할 증권사 입장에서는 갈수록 거래대금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 OTC에 뛰어들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프로 OTC 홍보 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공 관건은 업계 호응인데 여전히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프로 OTC를 모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물에서 물을 얻기 위해 한 바가지의 물을 먼저 부어야 하듯 지금은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필요한 때다. 기존 코스닥이나 제3시장 등과 어떤 차이점, 강점이 있는지를 주지시켜야 프로 OTC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관건은 역시 경쟁력. 프로 OTC가 선전하려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 통상 장외주식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접근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가격의 투명성이 항상 도마에 올랐던 이유다. 신뢰도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시장이라면 누구든 반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프로 OTC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회수를 원활하게 도울 수 있는 한 축의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현정 프라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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