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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다큐멘터리 3일’이 10년이나 살아남은 비결

2017-05-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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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 시인 한하운의 인생을 담은 시극에서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 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보아주는 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렇다. 타인이 하는 말과 행동을 어떤 식으로든 판단하지 않고 그저 보아주고 인정해주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꾸미지 않은 그 자체로서의 나를 바라보고 귀기울여준다면 한하운을 사랑했던 여인과 같은 마음이 되지 않을까?


6년 전 다큐멘터리 3에서 노량진 고시촌을 다뤘다. 학생들이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는 모습과 그 당시의 내가 별반 다를 게 없어 깊이 공감하며 봤다. 카메라 앞에 선 젊은이들은 불안해했고 가족에게 미안해했다. 제작진의 질문에 솔직하게 드러낸 속마음과 감정이 그대로 나에게 전이됐다. 슬펐다.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그들이 가진 감정과 생각은 내가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인간을 보아준다. 영상 안에 담긴 인생,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면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받고 깨달음을 얻는다. 너무나 평범해서 보잘것없다고 스스로 단정해버린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이유로 다큐멘터리는 사랑 받는다. 휴먼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쇼 프로그램, 나영석 표 예능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큐멘터리 310주년 특집으로 노량진 고시촌 편에 등장했던 고시생 한명을 만났다. 당시 24살이던 오씨는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올라와 이삿짐을 풀고 있었다. 부모님이 떠나자 안 슬플 줄 알았는데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였다. 현재 30살이 된 오씨는 법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공무원이 된 것이다. 다행이었다. 원하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10년 후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다큐멘터리 310년은 더 장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함이요, 사랑하는 것은 진정으로 보기 위함이니, 보면 모으게 되나, 다만 헛되이 모으는 것은 아니어라.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 而非徒畜也)


- 조선 후기 문인 유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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