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창간2년 특별기획 '다시 경제민주화를 말한다')금산분리, 개혁인가 규제인가

재벌개혁론자들, 정부 경제팀 중용…재벌 겨냥 금융-산업분리 시동

2017-05-23 08:00

조회수 : 3,27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재벌개혁 운동을 벌인 '재벌 저승사자들'이 새 정부의 경제팀에 중용되면서 '금산분리' 강화 정책이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를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금융사를 보유한 재벌을 겨냥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소유하는 은행 지분을 4% 이내로 제한) 강화로 이어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목을 잡는 등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계속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을 비롯한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그룹의 사금고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2금융권 계열사들을 그룹으로부터 점차 독립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간 자본 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한다.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맡은 한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2013년 동양사태 때 동양그룹이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수조원대 부실 회사채를 발행해 피해자를 발생하게 했다"며 "서민층과 밀접한 2금융권의 산업자본으로부터 독립성 강화, 즉 그룹의 영향력 축소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총 자산은 약 313조 원 규모로 삼성그룹 전체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화그룹은 금융계열사 자산이 전체의 80%가 넘는다.
 
이 외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보유한 태광그룹과 동부화재, 동부생명 등의 계열사가 있는 동부그룹도 금융계열사 자산 비중이 80%가 넘는다.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면서 직간접적 도움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에서도 삼성물산 지분 4.79%를 보유했던 삼성화재가 흑기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재벌을 겨냥한 금산분리 강화 기조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계속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금융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은행은 설립을 주도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과 동시에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3월 출범 후 두 달 여만에 가입자 30만명을 돌파하는 성적을 거둬 기존 금융사들과 금리경쟁을 촉발시킬 정도다. 내달 말에는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한다.
 
하지만케이뱅크는 이미 시스템 관리와 인건비 등으로 자본금 절반을 소진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자본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케이뱅크는 현재 올해 여신 목표의 75% 이상을 돌파했으며, 앞으로 원활한 대출을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KT(케이뱅크)나 카카오(카카오뱅크)가 추가로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되고 사실상 증자는 불가능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기정사실화로 자본 확충을 꾀했던 인터넷은행은 실상 차선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해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거론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 인허가 과정을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새정부 출범 이후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제한적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정부가 은산분리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기 보다는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월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가 담긴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 관련 특별법을 심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에 혁신을 불러오는 메기 역할을 하려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전세계 금융환경이 핀테크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금융산업이 선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