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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문재인 검찰개혁, 노무현 때보다 성공 가능성 크다"

검찰 내부 "파격인사 예상, 노무현 때와는 달라"…법조계"'돈봉투 회식' 등 명분 적어 반발 어려워"

2017-05-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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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이 떠난 검찰의 파격적인 인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고강고 검찰개혁이 예고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검찰 내부, 특히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찰간부들은 “인사가 참사 수준”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것이 상징적이다. 이 자리는 MB정부부터 본격적으로 고검장이 맡아오면서 검찰총장 예비후보들이 거쳐 갔다. 전임자인 이영렬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이 사법연수원 18기로 다섯 기수 차이가 난다. 어느 모로 보나 윤 검사장의 임명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사와의 대화' 참여 검사, "인사제청 누가 했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내부 반발이 곧 폭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에서 제청은 누가 했는지, 장관이 공석이니 대행인 차관이 했는지, 언제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반발했다. 이 지청장은 윤 검사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그는 2003년 평검사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 취입 직후 서열 파괴 인사로 검찰 개혁을 시도하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는 노 전 대통령이 판사 출신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데 대해 검찰이 집단 반발하자 마련됐다. 당시 토론회에는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도 동석했다.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참여정부 초기 보다 검찰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사장 바로 아래 기수를 비롯한 소장파에서는 반대되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23기의 한 검사는 “참여정부 인사와 비교되지만 당시와는 여러 다른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원 2기였는데 새로 취임한 강 전 장관은 13기로, 서울지검 부장검사들 중에 동기가 많았다. 서울지검 부장검사 기수가 직제상 검찰총장의 상관인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셈”이라며 “강 전 장관이 임명되자 당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소장파 집단 반발 가능성 적어 "
 
그는 이어 “당시와 비교해 보면 이번 인사가 예측을 완전히 뒤엎는 인사는 아니다.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부터 당선이 유력했으니, 이 정도의 인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들의 줄사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소장파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적인 반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공직자가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특히 지금의 상황에서 윤 검사장의 인사를 두고 반발한다면 국민들에게는 문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비칠 것이다. 2012년 말 검찰을 흔들었던 ‘검란’에 준하는 집단 반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잘 모르는 관측”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검찰간부는 문 대통령이 윤 검사장을 임명하기 위해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으로 격하시켰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한민국 최대 검찰조직인 것은 맞지만 원래부터 고검장급이 지검장을 맡았던 것이 아니고 법원의 일부 지원이 본원으로 승격 되면서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변경된 것”이라며 “원래는 검사장 TO가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윤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급을 일부러 낮췄다기 보다는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지방에서 근무 중인 검찰간부들도 대체로 같은 의견을 냈다.
 
"윤석열 위해 서울중앙지검장 급 낮췄다 보기 어려워"
 
이 검찰간부 말대로 서울중앙지검장이 원래부터 고검장급이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2003년 까지 서울지검이었고, 동남북서에는 지청을 뒀다. 그러다가 2004년 2월 서울지검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서울 동남북서 지청과 의정부지청이 각각 검찰청으로 승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사장 고참이 취임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은 여전히 검사장급이었다가 2005년부터는 고검장급으로 격상됐다. 일선 검찰청 중 인력 규모나 사건 면에서 국내 최대였기 때문이다. 고검장급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일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서울중앙지검장을 다시 검사장으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맞바로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는 일이 생기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당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천 지검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낙마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한 총장은 그러나 이른바 ‘검란’ 사태로 중도 하차했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성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검찰 출신으로 청와대 사정라인에서 근무했던 한 법조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한 개혁”이라며 “강 전 장관을 상징으로 외부에서 개혁을 시작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내부 인사에 직접적으로 메스를 대면서 각도를 달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상황면에서도 천우신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외부로부터의 개혁시도에 대한 반작용으로 검찰이 결속된 것이 개혁 실패를 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돈봉투 회식’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이 개혁에 반발할 대의명분이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메스 각도 참여정부와 달라"
 
한 검찰 원로도 비슷하게 내다봤다. 참여정부 때 중견 검찰간부로 근무한 그는 “참여정부 때 검찰 인사는 거칠고 노골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장윤석 법무부 검찰국장 좌천이나 고검장과 지검장 기수를 역전시킴으로써 노골적으로 검찰 고위간부들을 내몬 것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지나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검찰의 인사를 실무적으로 다루는 검찰국장이었던 장윤석 검사장을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좌천했다. 또 직급상 상급자인 고검장을 후배기수로 임명하고, 그 아래 지검장에 선배기수를 임명하는 식으로 기수를 역전시켰다. 이를 두고 검찰개혁에 반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는 반발이 검찰에서 터져 나왔다.
 
이 원로는 “그러나 지금 인사는 당시처럼 딱 짚어 잘못된 인사다. 아주 무리한 인사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대통령이 검찰을 개혁하겠다는데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며 “그동안 악화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생각해보면 검찰의 섣부른 반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1일 임명을 마치면서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장검사급 이상 인사폭은 예상을 뛰어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인사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참여정부나 그 전인 YS정부 때와 비교하면 이번 인사는 중폭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검찰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수파괴라고는 하지만 이금로 차관이 20기, 봉욱 대검차장이 19기인 것을 보면 꼭 그렇게 단정해 예단할 수 없다”며 “검찰조직의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참여정부 때처럼 기수를 역전한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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