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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꽤 신선하다, 영화 <겟 아웃>

2017-05-18 16:17

조회수 :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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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식이 들어왔다고 생각해보자. 나의 의식은 침잠의 방에 갇혀 타인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가? 공포스럽지 않은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하기 싫은 방청소를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꾸역꾸역 해야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평생을! (엄마 미안) 조던 필레 감독의 <겟 아웃>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인 자유의지를 잃는 공포감을 다룬 영화다.


<겟 아웃>이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받은 이유는 인종차별을 공포의 소재로 사용한 방식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흑인인 크리스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집에 초대 받으면서 시작한다. 크리스는 그녀의 부모님이 인종 차별 의식을 가진 분들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인척들은 흑인의 신체적 특징을 칭찬하며 크리스를 환영한다. 그런데 그는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관리인으로 고용된 흑인들과 로즈 집안 모임에서 만난 흑인이 드러내는 백인에 대한 호감과 복종적인 모습이 매우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비밀은 이거였다. 최면술사인 로즈의 어머니가 로즈의 흑인 남자친구들의 의식을 최면으로 침잠의 방에 가둬놓으면 의사인 로즈의 아버지가 머리를 열어 돈을 지불한 늙고 병든 백인들의 뇌와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녀의 집안에서 일하던 흑인들은 몸과 자유의지를 도둑맞은 채 침잠의 방에서 타인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자신을 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크리스 역시 최면에 걸려 머리가 열리기 직전까지 갔으나 그의 임기응변과 훌륭한 친구 덕분에 그 곳을 빠져나온다.


영생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몸을 빼앗고 기생하는 설정은 판타지 영화에서 꽤 많이 등장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존 말코비치 되기>. 꼭두각시인형 예술가인 주인공이 우연히 존 말코비치라는 유명 배우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겟 아웃>은 이런 설정을 피해자 입장에서 공포감을 주는 데 사용했다면 <존 말코비치 되기>는 가해자(?)로서 다른 사람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진정 만족스러운 삶인가에 의문을 던진다.


<겟 아웃>이 아쉬웠던 점은 여기에 있다. 아이디어만 있고 철학이 없다. 영생을 원하는 것으로 사람의 욕망을 단순화하는 바람에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못했다. 그래도 공포영화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했으니 별 4개를 주고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또 있다. 영화는 감정 코드가 맞는 사람과 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장면에서 자꾸 웃으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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