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토마토칼럼)적폐는 사람이 아니다

2017-05-11 06:38

조회수 : 3,69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그의 대선 기치였던 ‘적폐 청산’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인다. 관심은 누구를 적폐로 규정할 것인지, 그리고 청산의 수위로 집중된다.
 
후보 시절 적폐로 규정됐던 국정농단 세력이 1차 사정권이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철저히” “완전히”라는 강한 어조로 “궤멸”을 얘기했다. 정경유착을 통해 제 잇속을 추구했던 재벌은 이미 공포의 도가니다.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며 조직 이해만 챙긴 검찰과 국정원도 적폐로 분류됐다. 견제와 감시, 비판 기능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 적폐로 뒤덮인 대한민국. 새 대통령은 청산을 말했고, “이게 나라냐”며 한탄한 국민들은 그의 주장에 새 희망을 봤다. 그렇게 10일 역사적인 민주정부 3기가 열렸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적폐의 연속이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선출과 반민특위 해체로 친일파들이 기득권을 유지했고, 전쟁과 분단의 아픔 속에 두 차례에 걸친 쿠데타는 군사독재의 암흑기로 이어졌다. 87년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과거와의 1차 단절에는 성공했지만,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낳으며 집권 연장의 용도로 활용됐다. 역대 정권마다 정통성 부여를 위해 청산을 얘기했지만 모두 유야무야되며 잘못 꿴 단추를 이어갔다. 이는 결국 독재자의 딸이 집권하는 과거로의 회귀를 연출했으며,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불행한 현실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잘못된 신화에서 깨어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이번이야말로 적폐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 적폐가 특정인을 포함한 세력을 지칭함에 있다. 일각에서는 “쓸어버려야 한다”는 말조차 서슴지 않는다. 사법의 영역을 정치가 침해함으로써 ‘청산’ 구호는 선동이 됐다. 이대로는 또 다시 분열과 대립의 역사만 반복될 뿐, 적폐는 청산되지 않는다. 당장 국정 공백을 메울 내각 구성조차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는다 해도, 사사건건 제동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자유한국당의 기반인 지역주의와 세대갈등에 대한 근본적 접근 없이는 785만여 표를 적으로 돌릴 뿐이다.
 
재벌 역시 접근은 같아야 한다. 재벌은 악이 아니다. 적폐는 총수만을 위하는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이며, 돈만 좇고 사람은 외면하는 잘못된 시장경제 개념에 대한 이해다. 검찰과 국정원 등 정권에 빌붙어 권력을 누려온 사정기관에 대한 적폐 청산 역시 조직 이기주의에 대한 단죄로 접근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결국 적폐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통용해온 잘못된 관행이요 관습이다. 이를 허물지 않고는 단 한 발짝도 협치로 나아갈 수 없으며, 국민통합 또한 요원해진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적폐’의 사전적 의미다. 폐단은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회가 행해온 우리 모두의 업보이자, 과제다. 왕의 목을 치며 공화정의 희망을 노래했지만, 다시 군주제로 돌아간 프랑스의 역사는 우리가 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취임식조차 약식으로 진행하며 차례차례 야당 대표를 찾아 국정 협조를 당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발걸음이 제대로 된 청산의 시작이길 기원한다.
 
산업1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 김기성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