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광표

롯데·CJ '경영공백' 마침표…다시 도는 '경영시계'

신동빈 '글로벌 행보' 박차…이재현 4년만에 경영복귀 시동

2017-05-08 06:00

조회수 : 6,07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오너 리스크'에 따른 경영공백에 시달리던 롯데와 CJ(001040)그룹의 '오너경영'이 다시 힘을 받으며 멈춰졌던 '경영시계'도 정상화 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장기간 이어진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며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나섰고,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달 중 경영복귀가 유력시 되고 있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출국금지가 풀리자마자 장기 출장으로 미국행을 선택했다. 1년여 만에 해외출장에 나선만큼 신 회장은 밀린 현안을 직접 해결하고 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5월 첫 주 황금연휴 기간을 활용해 미국에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는 IBM 브르노 디 레오(Bruno di Leo) 수석부사장 만나 4차 산업혁명의 방향과 대비책에 대해 의견 나누고 롯데와 IBM 간 협업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롯데는 지난해 한국IBM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IBM의 인지컴퓨팅 기술 '왓슨(Watson)' 도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허쉬사의 존 빌브레이(Jonh Bilbrey) 회장과도 만나 롯데와 허쉬 간 제휴 현황 공유와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롯데는 한국과 일본에서 허쉬 초콜릿 제품의 수입 및 판매를 맡아오고 있으며,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JP모건, 씨티 등 글로벌 금융사의 경영진들과 잇달아 미팅을 갖고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올사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미국에서 액시올사와 연산 100만톤 규모의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을 진행 중이며, 연산 70만톤 규모의 EG 공장도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 회장의 미국 출장 이후 경영현안이 산적한 일본과 중국 방문 시기가 언제가 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오는 6월 열리게 될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올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이전에도 주총 등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상 주요 결정 사안이 있을 경우 한 달 가량 먼저 일본을 방문해 주요 투자자를 만나고 우호지분 다지기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를 아울러야 하는 신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인 만큼 직접 나서 챙길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 법정에 나서야 할 일정으로 인해 장기적인 출장보다는 주말 등을 활용해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심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성 조치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을 방문할지 여부다. 롯데그룹은 중국 당국의 제재로 인해 현지 롯데마트의 80% 가량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약 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도 중단된 바 있다. 또 유커 의존도가 높던 면세점의 매출도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외교적 문제로 불거진 사안인만큼 신 회장도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 출장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재가동되며 한 시름 덜게 됐다. 미뤄뒀던 굵직한 M&A는 물론 대규모 투자 유치 등에 신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이달 중 이재현 회장의 복귀가 유력시되면서 길고 길었던 오너 경영공백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이 회장이 최근 귀국했다"며 "오는 17일 수원 광교신도시에 지은 CJ통합 연구개발센터 'CJ 블로썸파크' 개관식 행사에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그룹 내 공식 행사에 참석을 추진하며 대내외적으로 경영복귀를 선언하는 셈이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4년만이다. 그의 복귀와 동시에 그간 거론됐던 CJ그룹의 인수합병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뤄뒀던 대규모 투자도 예고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 2020' 달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복귀 이후 그룹의 해외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와 생물자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이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는 세계 1위 사료용 아미노산 트립토판 생산 공장 증설에 340억원을 투입한다. 2위인 일본 아지노모토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다. 이외에도 올 들어 베트남 냉동식품업체 까우재, 생선가공업체 민닷푸드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식품 부문 글로벌 전략도 새로 짰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해 이 회장의 공백 속에도 국내외에서 M&A을 활발히 진행하며 기존사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왔지만 대부분 소규모 인수합병이었다. 지난해 1조 원대 인수가가 예상되던 중국 아미노산 업체 매화그룹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 것도 총수 부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달 중 이 회장 복귀가 점쳐지는만큼 CJ의 '대형 M&A' 시동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 복귀 이후 CJ그룹 투자의 큰 축은 '바이오'(CJ제일제당) 외에도 '물류'(CJ대한통운), '멀티플렉스'(CJ CGV)에 집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헬스뷰티숍' 시장을 주도하며 새 성장동력이 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외형 확대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로 부침을 겪었던 롯데와 CJ가 한 숨 돌리는 분위기"라며 "두 그룹 모두 지배구조 개편과 비전 달성 등 중대한 사안과 맞물려 오너의 역할이 더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 이광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