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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접근성은 인권이다)①사이버·SNS 선거전 심화됐지만…대선후보들 장애인 배려는 '전무

(기획)유력후보들 홈페이지 긴급점검…"가장 기초적인 배려도 없어"

2017-05-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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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가상현실·증강현실 등이 미래의 산업을 주도한다고 한다. 다음달 9일로 다가온 19대 대선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과 사이버세상이 또 하나의 '지구'로 비약적으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인터넷이 도입된 지 30년이 넘도록 접근성이 초보수준인 사이버세상에 절망감을 느낄 정도다. 당장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식사이트만 봐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우리 생활에 깊게 침투하면서, 더욱 중요한 인권 문제가 된 장애인 웹 접근성의 실태와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각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홈페이지조차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을 위한 웹 접근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장애인은 PC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다. 때문에 이들을 유인하고자 이미지·동영상·SNS 등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 구성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맹이나 저시력 등 시각장애, 뇌병변이나 지체장애 등 운동장애, 운동능력을 상실한 고령자 등의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뉴스토마토>는 국가 공인 웹 접근성 품질 인증 기관인 사회적기업 (주)웹와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등과 함께 각 대선후보들의 홈페이지를 긴급 점검했다. 점검에는 각 기관에서 실제 웹 접근성 품질 인증 심사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을 기반으로 했으며, 긴급 점검 특성상 정량평가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대신 기존 블로그나 SNS를 활용하는 후보들은 웹 접근성 여부를 점검하기 어려워 대상에서 제외됐다.
 
면밀한 정성평가가 아닌 기본적인 정량평가만으로도 각 대선 후보들의 홈페이지는 장애인·고령자 등이 접근하기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자원봉사나 외부업체 등을 통해 제작되는 홈페이지 제작 운영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를 찾기 어려웠다.
 





24일 기준 각 대선 후보 홈페이지.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각 후보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moonjaein.com)를 접속하면 24일 오후 기준 ‘문재인 유세차 영상 5분만에 보는 문재인 10대 공약’을 자동 재생한다. 대부분 스크린 리더기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사전정보 없이 동영상이 재생될 경우 놀라는 경우가 많으며, esc 키 등으로 동영상을 멈출 수도 없고, 관련 자막 등도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시각장애인들은 첫 화면에서 나오는 동영상이 제어가 되지 않는 것만으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고 아예 해당 홈페이지 이용을 멈추기도 한다. 정책쇼핑몰 ‘문재인1번가’를 비롯해 ‘#파란을 일으키자’, ‘내가 대통령이라면’, ‘문재힘위원회’ 등 각 배너 역시 이미지로만 제공할 뿐 음성 등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장애인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 수조차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홈페이지(strongkorea.co.kr)는 한국어나 영어 등 기본언어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으며, 다수의 깨진 링크나 대체 텍스트 미제공 등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주요 공약이나 일정 역시 동영상이나 이미지로는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텍스트를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더라도 일부만을 제공해 구체적인 공약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 홈페이지(ahncs.kr)도 세부메뉴 ‘안철수입니다’를 누르면 출마선언 동영상이 자동 재생되는 등 이용하기에 불편한 요소를 다수 갖고 있다. 장애인들은 대부분 마우스 대신 키보드만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안 후보 홈페이지는 건너뛰기 링크를 갖추지 않아 매번 tab 키로 맨 위부터 하나하나 이동해야 한다. 또 일정상 특별한 정보가 없는 공란까지도 정보 값이 주어지면서 불필요하게 모두 매번 이동해야 한다. 당 상징 색깔이 녹색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텍스트나 배경이 녹색과 흰색으로만 이뤄져 저시력자 등 시각장애인들에게 읽히기 어렵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관계자는 “살펴본 모든 후보 홈페이지들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찾기 힘들다”며 “대선 후보 홈페이지는 후보 선택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웹 접근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웹와치 관계자는 “간단한 점검에도 장애인·고령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문제가 발견됐으며, 정량평가까지 이뤄지면 문제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법적으로 강제사항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배려하는 노력조차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후보 캠프에서는 대부분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 미준수를 인정했지만, 일부는 명확한 개선 계획조차 약속하지 않았다. 문재인 캠프 SNS팀 관계자는 “홈페이지 만드는 데에만 급급하다보니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특별히 관심을 갖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에 장애인들도 후보 홈페이지를 원할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 미디어공보실 관계자는 “장애인 배려도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재능기부로 홈페이지를 만들다보니 티스토리를 이용해 한계가 있다”며 “물리적으로 당장 조치하긴 어려우며,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홍보본부 관계자는 “표나 이미지를 최대한 텍스트로 풀어 올리려고 하는데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실제 운영을 맡는 외부업체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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