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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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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주사 전환 좌초…물산·전자·생명 3각체제 유지

현실적 난제에 이재용 부회장 재판까지 고려…“순환출자는 점진 해소”

2017-04-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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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함에 따라 당분간 지배구조는 현상 유지될 전망이다. 리스크인 순환출자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소하면서 내부 지분으로 흡수, 지배구조 강화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의 어려움이나 자사주 규제 등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간 합병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며 그간의 입장에서 전면 선회한 뒤 “향후에도 전환 계획은 없다”고 말해 번복 가능성도 차단했다. 순환출자 해소 및 금산분리 등에 관한 규제 강화로 삼성이 문제되는 지분을 정리할 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할 가장 효율적이며 합법적인 대안이 지주회사 전환이었으나, 이를 아예 포기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현재 4.8%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은 안정 범위에 있다. 삼성전자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키로 해 주식 수의 감소에 따른 지분율 상승도 예상된다. 배당 확대 등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하는 와중에 적대지분이 확대될 가능성도 낮다. 따라서 삼성이 현 체제를 유지해도 경영권 위협 등의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판단이다.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장기 과제로 남겨뒀다. 삼성은 수년간 순환출자를 해소하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현재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 등 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장기 표류 중으로, 입법 가능성은 낮다. 재벌개혁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도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의 논의만 있었을 뿐 순환출자는 언급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점진적으로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순환출자 지분을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이 흡수하면 지주사 전환 없이도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지주사가 대안으로 거론돼 왔으나 당분간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가 유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3사를 중심으로 컨트롤타워 없이 운영될 것”이라며 “GE처럼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활동만 돕는 전사지원조직 형태의 방향성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절차의 정당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시장에서 예상했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었다. 연기금도 더 이상 삼성 편을 들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가능성만 상존했으나 이 또한 외부주주, 특히 지분율 50%를 상회하는 외국인 주주 상당수의 동의 등 주총 통과 관문이 만만치 않았다. 주총 특별결의를 통과하려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동시에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발행 주식수의 13.3%에 해당하는 자사주 활용도 어려워졌다.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시 자사주만큼 신주를 배정받아 자회사 지분요건 충족 및 의결권 확대 등으로 체제 전환 부담 완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 다양한 자사주 활용 규제 법안이 발의돼 있어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지주 전환 과정 도중 관련 법 통과 리스크가 적지 않았다.
 
지주사 전환의 동인이었던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도 최순실 게이트 이슈에 얽히면서 물거품이 됐다. 삼성의 경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처분하지 않고 지주사 전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정치권 반대와 여론 악화에 부딪혀 사실상 좌초시켰다.
 
이처럼 현실적 절차상의 어려움 외에 이 부회장의 재판도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이번 전환 포기 결정에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영향을 주었는지 질문에 대해 “이 부회장도 회사의 등기이사이기 때문에 이사회 보고 안건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특별한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한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뒤 향후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활용하려 했다”면서 그 선상에서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삼성물산 합병비율,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승계와 결부돼 재판에 유리할 게 없는 만큼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면 이슈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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