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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밴드, 유랑하기)③다양한 '낭만'의 노래, 로맨틱펀치(1)

2017-04-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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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유랑하기: 그동안 소외돼 왔거나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밴드와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음악 영상을 기반으로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볼 계획입니다. 유랑자의 마음으로 밴드들을 여기저기 살펴주셨으면. 부디 우리나라도 음악적 토양이 풍성해질 수 있길 바라며.)




로맨틱펀치(로펀)는 현재 배인혁(보컬), 콘치(기타), 레이지(기타), 트리키(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발랄하고 경쾌한 이들의 음악은 대중음악과 인디음악, 그 경계 어딘가에 있다.


로펀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배인혁은 서울재즈아카데미에 입학해 레이지와 콘치를 만났고 2년여 동안 음악을 함께 배웠다. 그리고 2003년 박하나(베이스·2013년 활동중단), 드럼(채재현·2009년 활동중단)과 함께 5인조 밴드를 결성 해보기로 한다. 당시 팀명은 설거지란 뜻의 ‘워디시(WA★DISH, Wash the dishes)’.




하지만 워디시는 당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결성했던 해에 MBC 아마추어록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탔지만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발표된 곡들은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6년 동안 홍대클럽과 각종 축제들을 다니며 연주했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결국 멤버 교체의 위기 상황까지 맞게 된다.


그러다 2009년 콘치의 고교 동창인 트리키를 영입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새로운 팀원이 합류하면서 예전의 밴드적 색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음악도, 밴드명도 흔들어 보기로 했다. 임팩트 있는 밴드명을 짓기 위해 서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로맨틱 펀치’. “힘이 있는데 한편으론 낭만적이고, 아픈데 행복한” 그런 역설적인 뜻이 담긴 매력에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바뀐 이름만큼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에 고민이 필요했다. ‘로맨틱’이란 큰 범주를 떠올렸고 그 속에 담을 수 있는 정서들을 떠올렸다. 사랑과 이별, 유혹, 내일에 대한 낙관, 연정에 대한 비감. 다양한 감정들을 담을 그릇도 다양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로큰롤을 기반으로 그로부터 파생돼 나올 수 있는 모든 음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장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없었지만 그들이 하는 음악이 ‘로펀’이란 하나의 장르가 돼야 했다.


그렇게 2009년 첫 번째 미니앨범 ‘로맨틱펀치’가, 뒤이어 2010년 첫 번째 정규 앨범 ‘미드나잇 신데렐라’가 나왔다.




“몰래 몰래 바라보다/혹여나 눈 마주칠까봐/두근두근대는 가슴 소리만/ 달큰한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릴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서”(눈치채 줄래요)라고 사랑의 두근거림을 속삭이기도.


“걸핏하면 헤어지잔 말로 나를 힘들게 해/쓸데없는 참견들로 나를 가둬 두려하지/항상 너는 나를 못 믿지 나는 지쳐가/남들처럼 우리도 이렇게 끝나는 걸까”(커플브레이킹)라며 권태를 말하기도.


“늘 반복된 하루 지겨운 일상에/아침부터 일에 바삐 치여 살지만/뜨거운 태양 아래서 열심히 노력한만큼/즐겁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거야”(좋은날이 올거야)라며 낙관적 낭만을 노래하기도 한다.


곡마다의 다양한 전개는 개성있게 들리는 한편, 꾸준히 유지되는 보컬의 색채 때문에 결국 앨범 전체가 하나의 곡이 된다.




이들의 음악은 특히 라이브로 들을 때 빛이 발한다. 달콤하면서도 시큰한 멜로디들은 보컬 배인혁의 넓은 음역대와 활발한 퍼포먼스가 더해져 공연장에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로 재탄생한다. 마이크에 달린 스카프를 보는 재미도 있다.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는 그들은 허공에서 하늘 거리는 스카프와 물아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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