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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발 금융혁신)②인터넷은행의 공습…소비자는 방긋

은행보다 1%P 유리한 금리로 관심 선점…위기 느낀 금융사들, 고객이탈 방지 총력전

2017-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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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이정운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돌풍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 우대로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가입자 증가속도와 상품 경쟁력에서 전통의 은행권 카르텔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은행들은 예·적금부터 대출상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금리 카르텔'을 형성했으며, 이는 금리 경쟁 시도를 원천봉쇄했다. 반 국민적 행태라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꿈쩍하지 않던 관행이었다.
 
하지만 창구와 지점이 필요 없는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사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낮춘 상품을 속속 출시하는가 하면 저축은행으로 경쟁 구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주거래 금융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지만 마땅한 대체재가 없던 금융소비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서비스 개시 2주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고객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선 주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비교하면 아직 적은 규모지만, 기존 고객층이 없는 상태에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이 같은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케이뱅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24시간 365일 어느 곳에서나 은행서비스를 제공한다. 짧은 점심시간 외에는 평일 업무시간 내 은행 창구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한 직장인 등 30~40대 이용자를 빠른 속도로 끌어들이는 비결이다.
 
케이뱅크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입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 가입자의 연령은 30대가 전체 가입자의 39%로 가장 많았고 40대(31%), 20대(17%)가 그 뒤를 이었다.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와닿는 장점은 금리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 기존 금융권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한다. 현금 입출금은 GS25 편의점 단말기를 이용하면 되는데 영업 시간에 제한 없이 금융거래 수수료도 없다.
 
출발선을 통과한 케이뱅크는 예금유치를 통해 대출 여력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 2%대 금리를 제공하는 '코드K 정기예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회차당 200억원 판매한도로 4회차까지 판매했는데 모두 완판됐다.
 
케이뱅크 측은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평균잡아 1%대 초중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며 "추가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코드K 정기예금'은 전체 금리에서 차지하는 우대금리의 폭이 0.2%포인트에 불과하며, 홍보 이벤트에 참여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우대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의 대출상품에서는 '직장인K 신용대출'이 대표적인데, 최저 연 2.68%의 금리에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요건에 따라서 0.60%의 우대금리까지 적용받는다. 상환방식도 원리금균등, 만기일시, 마이너스통장 등 선택이 가능하다.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가 3% 중반인 것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저렴하다. 이밖에 케이뱅크는 대표적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으로 '슬림케이 중금리 대출'(최저 연 4.14% 이상)을 내놓으며 신용등급 중간층에도 한자릿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케이뱅크의 흥행에 놀란 시중은행들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오는 6월 영업에 돌입하는 카카오뱅크마저 가세할 경우 자칫하면 인터넷은행에 대출 고객들을 모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제로금리 상품까지 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월부터 판매 중인 'ZERO(제로)금리 신용대출' 상품 대상자를 더욱 확대코자 나섰다. 대출 대상을 기존 공무원, 초·중·고교 교직원, 우량 기업체 임직원을 넘어서서 일반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확대에 나섰다. 제로금리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최대 200만원)까지를 연 0% 금리로 적용받게 한 상품이다.
 
우리은행도 내달 말까지 '더드림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우리은행에 신용대출이 없는 개인 고객의 경우 '우리웰리치 주거래 직장인대출(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대출약정 후 1년 동안 대출한도액의 10%까지 고객이 낸 대출이자를 모바일뱅크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다. 기존 고객에겐 신용대출 추가사용분을 금리 0%에 제공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아직까지 인터넷은행과 금리 경쟁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지만, 제로금리 신용대출을 내놓을 정도로 고객 이탈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기존 고객층이 없었던 케이뱅크로서는 출범 초기에 금리 혜택 등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것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케이뱅크와 고객층이 직접적으로 겹치는 저축은행업권도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4등급 고객의 경우 중신용등급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량한데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고금리 상품을 이용해왔다"며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우량 고객이 케이뱅크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부랴부랴 대출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인터넷은행 흥행에 대응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주요 4개 저축은행(SBI·웰컴·OK·JT)은 지난달 중·저신용등급에 해당하는 4∼7등급 내에서 일반 중금리 신용대출 금리를 낮췄다. 이들 은행이 내린 금리는 평균 2.06%포인트에 달한다.
 
이종용·이정운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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