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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서울과 안양은 왜 13년 만에 대결이 성사됐나

안양 LG, 2004년 서울로 연고 이전…2013년 FC안양 창단

2017-04-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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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에서 FC서울이 FC안양에 승리해 16강에 진출했다. 19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FC서울은 FC안양을 2-0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결과 못지않게 13년 만에 두 구단의 대결이 성사된 것에도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과연 13년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본다.

지난 2003년 12월16일 안양 LG는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2004년 3월11일 프로축구연맹의 긴급 이사회에서 안양 LG의 서울 연고 이전이 승인된다. 당시 안양 LG 서포터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구단은 이를 연고지 복귀라고 해명하면서 8일 만에 공식 명칭을 FC서울로 변경한다.

FC서울의 전신인 LG 치타스가 서울을 연고로 하던 시기는 있었다. LG 치타스는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을 연고로 리그에 참여했다. 당시에는 일화 천마, 유공 코끼리와 같은 연고를 사용했으므로 연고 개념이 자리 잡는 단계가 아니었고, 1995년 전북과 전남이 리그에 참가하기 전에는 다른 모든 구단도 명칭에 지역을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축구만을 전담하는 행정기구로 1994년 7월20일 공식 출범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95년 2월13일 이사회를 열어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전국적인 축구 열기 확산과 지방 축구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해 말까지 서울 전용구장 건립계획을 수립하는 구단에는 잔류를 허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1996년 1월1일부로 연고지를 이전하기로 결의했다.

그 후 1996년부터 구단 명칭 앞에 연고 지역명을 붙이고, 1998년 기존의 '수퍼리그'에서 현재의 'K리그'로 바뀌면서 완전지역연고제가 정착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K리그에서 최고의 흥행을 일으키는 경기 중 하나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 매치'도 안양과 수원 사이의 고개 이름이 유래가 된 안양 LG와 수원 삼성의 '지지대 더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서울 연고 공동화(空洞化) 정책'은 국내 프로스포츠 최대 시장인 서울 연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2002년 월드컵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 활용 방안 등의 이유로 결국 폐지됐다. 우선 서울 입성 대상이었던 신생 구단 창단이 무산되자 기존 12개 구단에 기회가 주어졌고, 안양 LG가 적자 타개를 이유로 연고를 이전했다.

수퍼리그는 1983년 프로구단 3개와 실업구단 2개 등 총 5개의 구단으로 출범했다. 당시에도 구단마다 연고지는 있었지만, 모든 구단이 전국 여러 도시를 방문해 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리그가 운영돼 큰 의미는 없었다. 이후 1987년 광역지역연고제가 도입되면서 홈 앤지 어웨이 방식이 시작됐고, 순수 프로구단만 리그에 참가하면서 진정한 원년이라 불린다.

국내 2호 프로축구단인 유공 코끼리는 수퍼리그 출범 첫해 서울·인천·경기를 연고지로 하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서울을, 1987년 인천·경기를 연고지로 하는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연고지로 개방되지 않던 서울은 1989년 흥행을 위해 도시지역연고제가 도입된 것과 함께 일화 천마가 리그에 참가하면서 다시 연고지로 사용되기 시작됐다.

이에 따라 1983년부터 충청을 연고지로 사용했던 럭키금성 황소가 1990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구단 명칭을 LG 치타스로 변경했고, 유공 코끼리도 1991년 인천·경기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서울 공동화 정책으로 서울을 연고지로 했던 3구단은 1996년부터 부천 유공, 안양 LG, 천안 일화로 리그에 참여하게 됐다.

안양 LG가 FC서울로 연고를 이전한 것과 달리 천안 일화는 2000년 성남 일화로, 1997년 부천 유공에서 명칭이 바뀐 부천 SK는 2006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제3의 지역을 연고지로 옮기게 된다. 연고지 구단이 사라진 후 2013년이 돼서야 안양에는 FC안양이, 부천에는 부천FC 1995가 창단되기에 이른다. 성남 일화는 2013년 시민구단으로 전환돼 현재의 성남FC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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