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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북콘뒤)'쿨' 했던 미셸 뷔시

2017-04-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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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이 끝나고 난뒤: 책 출간과 함께 진행되는 북콘서트나 기자간담회를 다녀온 후 기사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끄적여 봅니다.)



프랑스 작가 미셸 뷔시는 거의 설계 공학자에 가깝다. 매사 머리를 쥐어짜며 소설을 쓴다. 스토리의 조각들을 조밀하고 세세하게 갈라내 맞춰간다. 각 장을 마칠 땐 물음표를 넣어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소설 속 배경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조그만 마을이나 특정 섬 또는 해안, 혹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물들의 정체성이 바르게 소설 속에 녹아들 수 있다. 

말미엔 ‘빵’하고 생각지도 못할 반전 장치를 숨겨둔다. 그 장치는 단순히 독자들을 놀래키기 위함만은 아니다. 읽으면서 쌓여왔던 독자들의 물음표들을 하나의 느낌표로 정리해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할 때 구성도 탄탄하고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차가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꼬리를 무는 추리 속엔 시적이며 인문학적인 감성이 배어 있다. 청춘이나 사랑, 인생, 미술 등 인간의 상상력과 환상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소설의 감정선을 결말까지 끌고 간다. 그래서 보통의 추리 소설 주인공이 형사나 수사관이지만 그는 보통의 평범한 인물을 대상으로 둔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무명작가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가 후배작가들을 위해 들려준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빛을 못보고 있는 작가, 혹은 이제 막 문단에 들어온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남들의 조언을 듣지 마세요.” (조근조근 상세하게 답변하다 예상치 못한 쿨한 단답식 답변을 내놓자 약간의 웃음도 터져 나왔다.)



너무 쿨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겸연쩍어하면서 덧붙여 말했다.

“자신의 영감, 상상력을 믿어야 합니다. 잘된 소설을 따라하지 마세요. 성공의 레시피 같은 것을 따르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만의 것, 자기만의 직감이나 본능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된 사람을 보고 흉내 내려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그는 정반대의 길을 가라고 추천한다. 조금 부족할지언정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보고 자기만의 길을 걸어보는 것.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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