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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특정후보 때리기 '장' 된 자유토론…"선거공정성 훼손 우려"

"5명 후보가 참가하는 스탠딩 자유토론 애초부터 무리"

2017-04-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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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본선토론 사상 첫 스탠딩 토론이 실시됐지만 형식과 내용 모두 국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토론회가 ‘문재인 청문회’ 형식으로 흘러가면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토론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앞으로 남은 토론회 형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는 20일 전날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된 ‘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시청률이 전국 기준 26.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첫번째 SBS 토론회(1부 11.6%·2부 10.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1차 토론 직후 각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요동친 데다 2차 토론이 사상 처음으로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자유토론·시간총량제 방식으로 생중계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전날 토론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각각 총 18분의 시간을 가지고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의 “주적은 문재인”이라는 말처럼 후보자들의 질문 공세는 문 후보에게 집중됐다.
 
문 후보는 18번, 안 후보는 14번, 홍 후보는 9번, 유 후보는 3번, 심 후보는 0번의 질문을 받았다. 문 후보는 상대후보와의 공방은 커녕 쏟아지는 십자포화 방어에 급급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발언시간 상당부분을 해명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공격받지 않은 후보들은 방어부담 없이 여유롭게 공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사실상 1 대 4 대결이었다”라는 평가다. 다섯 명의 후보가 자유토론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번 바른정당 경선처럼 단 두 명의 후보가 토론에 나설 경우 서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우열을 가릴 수 있지만, 다섯 명이 토론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1위 후보에 공격의 화살이 집중되는 구조가 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토론의 실제 내용과 관계없이 특정 후보가 일방적으로 공격받고 수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청문회 구도가 되면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고 고착화되면 선거구도에도 영향이 있을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진성준 TV토론단장은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자유토론이 몇 차례 더 남았는데, 후보의 반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경우 선거 토론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당에서 대응책을 논의 중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에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토론회를 본 선관위가 잘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토론은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심도 깊은 토론을 위해 특별한 주제를 설정하지 않고 후보자들에게 자유재량권을 줬지만, 막상 국민들에게 선보인 것은 미래의 희망 대신 과거 회귀적 네거티브 공세였다. 특히 외교안보분야 토론에서는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우려 등 한반도 위기 극복방안이 아닌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이념논쟁이 메인이슈가 됐다.
 
홍준표·유승민 보수진영 후보들은 작심한 듯 문 후보의 사상을 검증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과 대북송금 특검 논쟁,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문제, 북한 주적론까지 소재도 다양했다. 진보진영 심상정 후보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동과 재벌 정책을 비판하며 문 후보의 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토론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명칭만 거론되면서 자연스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존재감은 소멸됐다.
 
최진 대통령 리더십연구원장은 “대통령 후보자라면 대선 토론을 통해 미래 비전과 위기극복 리더십 등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했는데 어제 토론은 그렇지 못했다”며 “방어에 급급했던 문 후보에게 좋은 토론은 아니었지만 네거티브를 한 후보들도 크게 덕을 볼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각 후보자들 역시 토론을 마치고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문재인 후보는 “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 충분히 답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스탠딩 토론이) 자유롭게 움직인다거나 왔다 갔다 한다거나 해야 의미가 있는데 스탠딩 토론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도 “두 시간을 세워놓으니 무릎이 아프다”며 “체력장 테스트 같다. 이것은 좀 아니다 싶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유승민·심상정 후보 역시 “다섯 명은 스탠딩 토론을 하기엔 숫자가 많은 것 같다”, “밀도 있는 토론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안철수 후보는 “나름대로 어느 정도 괜찮은 형식 같다”며 “다음부터는 좀 더 활발하고 더 자신감 있게 후보가 자기 실력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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