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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제공약 탐구)⑧재정정책, 확장에 모두 공감…일자리·저출산·청년에 우선순위

문 "지금이 재정역할 필요한 때"…안 "과도한 재정지출 신중"…홍 "연평균 3.5% 총지출"

2017-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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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제로금리, 양적완화,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역할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막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우리 정부에 재정지출 확대를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열린 재정운용성과 워크숍에서 박근혜 정부의 재정정책기조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여건에서 적극적 재정운용과 강도 높은 재정개혁 추진으로 대응했다"고 요약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대규모 세수결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경기보강,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제는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2016년 결산(잠정)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1 기준) 비율은 38.3%로 OECD 평균 116.3%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국가채무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비율(D2), 여기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비율(D3)는 2015년 결산을 기준으로 각각 43.2%, 64.2%로 늘어난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재정소요는 증가하나 중장기 재정여건은 어렵다"며 "최근 재정여건 변화에 부합하는 재정운용을 적극 추진하고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건전화법 제정에도 적극적이다.
 
새 정부를 이끌겠다고 나선 대선후보들은 모두 재정역할 확대를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역할 확대에 가장 보수적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마저도 연평균 3.5%의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원 마련 방법은 세출구조조정부터 본격적인 증세 검토까지 다양하다.
 
문재인 "취임 즉시 10조 일자리 추경"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취임 즉시 10조원대 일자리 창출 목적 추경 편성을 공약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선명히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7%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가 '2016~2020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이 기간 중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3.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공약 설계에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장기 경기침체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만든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법안'이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사람중심의 경제성장'을 표방하는만큼 재정은 10대 핵심분야인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교육보육 ▲보건복지 ▲신농업 6차산업화 ▲국민생활안전 ▲환경 ▲문화관광예술체육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서비스 등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투자는 과거에 비해 정책효과가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문 후보는 우선 국가부채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세수자연증가분으로 5년간 50조원을 조달하고, 부족한 부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정책자금 운용배수 증대, 중복 비효율 사업 조정 등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의 경제정책 브랜드인 '제이(J) 노믹스' 설계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고 있는 예산'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연간 재정 400조원 중 10%는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세출구조조정, 예산 미집행분으로 재원을 우선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는 신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구체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정역할을 확대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선대위 공약단장을 맡고 있는 채이배 의원은 "지금 재정건전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저성장 국면에서 국가 업무로서 재정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고 있다"며 "다만 무리한 재정사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자리 창출, 창업 지원 등 각종 경제분야 공약 발표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한 행사장에서 "일부에서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정을 쏟아 부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일본은 엄청난 재정을 쏟아붓고 왜 경제를 살리지 못했느냐"며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민간과 기업의 몫이고 정부의 역할은 이들이 잘 하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문 후보의 제이노믹스 구상을 비판했다. 
 
일본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과감한 금융완화 ▲적극적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시행해왔다. 특히 2013년부터 매년 70조엔대의 정책성 경비를 지출해왔다.
 
최근 한국은행은 '아베노믹스의 성과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가운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소비가 부진하고 재정건전성 악화, 구조개혁 미흡 등의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장기침체로 역동성이 저하돼있던 일본 사회 전반의 활력을 제고하면서 주가 상승, 엔화 약세, 기업수익성 개선, 고용 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 국민의당 내 경제분야 전문가는 "저성장, 양극화, 일자리 문제 등 우리 경제상황은 일시적인 침체가 아닌 구조적인 측면의 문제가 커 양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추경을 3차례 했는데 경제는 살리지 못 하면서 재정만 낭비하지 않았느냐"며 "단순히 경제를 살리겠다고 추경을 하게 되면 대상이 불분명해서 결과적으로 나눠먹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재정지출 연평균 3.5% 유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정책당국의 입장을 고려해 언급을 꺼리는 금리정책에 대해서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기업과 가계의 금리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홍 후보는 '3% 후반대 성장, 70% 고용률, 국민소득 3만 달러 조기 달성'을 공약하고 있다.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5%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저출산 해결과 청년복지 강화에 최우선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유사·중복사업 조정, 복지 전달체계 개편, SOC 완료사업 예산 활용 등 세출구조조정이 핵심이다. 증세는 불가라는 입장이다.
 
유승민, 한국판 양적완화 언급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난 2월 가계부채문제, 기업구조조정, 국내외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경우에 따라 다급한 상황이 되면 국회와 합의해 추경이든 한국판 양적완화 든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크게 통화량같이 금융으로 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재정으로 하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우리나라는 재정으로 하는 방법에 비중을 두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여성, 노동분야 공약에 공들여왔던 만큼 교육보육, 보건복지 부문에서의 정부 역할 확대에는 적극적인 반면, 일자리 창출 등의 과제는 민간의 창출 여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부담 중복지' 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유 후보는 불필요한 재정지출 절감,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에 더해 필요시 부가가치세율 인상까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8% 수준인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장기적으로 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연기금의 사회투자 확대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정부 역할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 보육·의료·노후·기본복지 등 복지분야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부자증세 등으로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보편적인 증세를 확대해 안정적인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는 소득세, 법인세 등 납부액에 일정 비율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조성되는 사회복지세 신설(연21조8000억원 규모)을 주장하고 있다. '큰 정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연기금의 공공부문 사회투자 확대도 약속하고 있다.
 
심 후보는 조세총액에 사회보장기여금 지출 수준까지 합해 명목 경제성장률로 나눈 국민부담률을 높여가겠다는 구상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5.3% 수준으로 OECD 평균 34.3%에 비해 약10%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심 후보는 향후 5년간 이 격차를 5% 포인트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원내 5당 대선후보 재정정책 기조. 자료/각 후보 선거캠프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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