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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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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아동학대 예방, 부모 교육 절실…국가가 나서야"

장수진 변호사 “아이에 대한 몰이해가 직접적 원인”

2017-04-19 06:00

조회수 : 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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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피해 아동들의 쉼터를 늘리고,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부모교육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장수진(41·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대응 시스템 자체는 잘돼 있지만, 재정적 지원이 부족해 일부 아동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장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부모의 재학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포함한 부모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식 학대’는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장 변호사는 얼마 전 대법원에서 중형이 확정된 일명 ‘원영이 사건’을 담당했다. 2013년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세모자 사건, 수원 원천동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등도 맡았다. 그에게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법처리와 문제 근절을 위한 해결방법을 물었다.
 
아동학대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아동학대 유형에 따라 원인도 다르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부모의 어두운 성장 과정으로 인한 정서나 성격이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 자녀에 대한 이해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다. 아동을 보육하는 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담당 교사의 자질문제나 과중한 업무로 인한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 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무엇인가.
 
기관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부모교육을 내실화해 부모가 본인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학대는 부모가 아이에 대한 특성을 모르고, 어른 입장에서 아이를 대하다 보니 발생한다. 부모가 배워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장수진 변호사. 사진/홍연 기자

수사·재판 중 발생하는 피해아동의 2차 피해도 심각한 문제다.
 
수사는 초기 단계부터 피해 아동에 대해 가명을 사용하고, 인적 사항 자체가 노출되지 않도록 진행되고 있다.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동학대 처벌법이 제정된 2014년 9월29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은 증거 특례규정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 영상녹화물이 작성됐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원칙적으로 피해아동을 재판에 증인으로 부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영상 녹화물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대면하거나 법정에서 반복되는 진술로 2차 피해를 받는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증거 특례 소급적용 규정을 신설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아동학대 범죄 경향의 특성은 무엇인가.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재혼 가정이나 조부·조모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학대가 예전보다는 많아지고 있지만, 범죄 경향이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범죄 경향 변화보다는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점에 의의가 있다. 예전에는 정당한 훈육으로 평가받던 행위가 지금은 명백한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행위가 됐고, 부부싸움도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을 정도로 아동 복지적 관점에서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선생님이나 이웃 등 제3자 입장에서 감지할 수 있는 아동학대 징후는 무엇인가.
 
아이의 몸에 상처가 있으면 학대의 징후일 수 있다.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상처에 대해서 묻고, 아이가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학대를 알게 된다. 실례로 아이 손에 물집이 생긴 걸 보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여기 왜 이러니’라고 묻자 아이가 ‘엄마가 흰밥을 얹었어요’라고 답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글을 잘 익히지 못한다고 엄마가 아이 손등에 뜨거운 밥을 올렸고,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 등을 통해 방치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신체적 학대 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관찰과 대화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으면 말을 하지 못한다. 일상적 대화를 나누다가 피해사실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이 담당하는 아동 수가 적어야 학대징후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제3자로서 아동학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을 경우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현장에 출동해 학대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아동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 일단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

장애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보다 양형 문제로 접근하는 방향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학대에 있어서 장애아동은 분명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장애아동은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체감하지만,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가 많이 발생한다. 이들이 스스로 신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도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범죄에 관해서는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 카페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과 '평택 안포맘' 회원 50여명은 지난해 8월 '원영이 사건' 판결과 관련해 법원 현관 앞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법부는 각성하라'는 피켓시위를 했다. 사진/뉴시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이상적인 사회적 시스템은 무엇인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가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교육이 얼마나 내실화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가 차원에서 개입해야 한다. 결혼 예정인 부부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아동학대 발생 비율이 줄고, 부부관계가 나쁘면 아동학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부모 교육이 의무화되고, 접근하기 쉬워져야 한다.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돼 정신과 치료와 보호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게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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